야권 대선주자, 야당 일부 의원서도 ‘하야’ 요구 나와
여권 내부, 재야에서도 시국선언 잇따라 정국 혼돈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파문 수습책으로 ‘김병준 총리 카드’를 꺼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발이 거세지면서 국정이 ‘시계(視界) 제로’ 상황에 놓였다.
야권 대선 주자들과 야당 일부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고, 여당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수습을 위한 개각이 오히려 위기를 키우게 되면서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 대통령은 3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새 정무수석에 허원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각각 발탁했다.
전날에는 신임 국무총리로 김병준 국민대 교수, 경제부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최순실 게이트’ 사태 수습을 위한 청와대와 내각 인적쇄신을 어느 정도 마친 셈이다. 하지만 야당이 이번 인사를 ‘국면전환용’, ‘불통개각’이라며 반발해 정국은 더욱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6명은 이날 박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하는 공개성명을 냈다. 그동안 개인적인 의견표명은 있었으나 공개적인 집단 의사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을 이끌어 갈 리더십은 이미 붕괴되어 산산조각이 났고, 다시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혼란과 국정파탄을 일으키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조속히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지도부는 ‘하야·탄핵’과 ‘장외투쟁’ 카드를 당장 꺼내진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향후 입장에 따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미 야3당은 박 대통령에게 개각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김병준 국무총리 등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직접적 또는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박계와 일부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수사 대상 포함과 탈당, 인사 철회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병국 의원은 이번 개각 단행에 대해 “야당에게 하야의 명분을 줬다”며 혹평했고,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은 또다시 거짓 사과하지 말고 국민 앞에서 고해성사로 감동을 주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정치·사회·종교계 원로 22명은 시국 선언문을 발표해 거국 내각 구성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정국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
한편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이날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그대로 보기 힘들었다.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총리직 수용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익준 기자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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