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유커)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뷰티업계로선 이번 조치가 매출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46%(598만명)가 유커였다.
올해 9월까지 누적 유커는 633만431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유커가 내수침체의 돌파구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유커 수를 지난해 대비 약 20% 줄이고, 한국 내 쇼핑도 1일 1회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어긴다면 벌금 30만 위안(약 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장 유커 의존도가 높은 뷰티업계는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유커 1인당 사용한 돈은 평균 270여만원으로, 유커 20%가 줄어들면 관광 수입 약 3조원이 사라지는 계산이 나온다.
그동안 유커들에게 한국 화장품은 매력 그 이상이었다. '한국 화장품을 바르면 나도 전지현처럼 예뻐질까'라는 유커들의 한국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화장품 구매로 이어졌다.
뷰티업계는 이런 유커들의 심리를 반영해 국내 정상급 한류스타를 앞세워 마케팅을 펼쳤다.
아모레퍼시픽은 헤라 전지혜, 라네즈 송혜교, 마몽드 박신혜, 이니스프리 윤아를 모델로 내세워 유커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주력했다. LG생활건강도 오휘 신민아, 더페이스샵 수지 등을 모델로 발탁,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럽 명품 못지않게 뛰어난 한국 화장품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 또한 유커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갔다.
유커들이 면세점에서 구매한 화장품은 상상 이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호텔롯데, 호텔신라, SK워커힐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국내 4대 면세점 매출 8조 589억원 중 62%(5조 353억원)가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
이 중 구매 품목 1위는 화장품(52%)이었다.
지난해 유커는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 1조 5327억원 어치를 구매했다. 이는 전체 구매금액(2조 9447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에서도 전체 유커 매출(1조 6155억원)의 절반이 넘는 8741억원이 화장품 쇼핑에 집중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한국행 관광객 감소 조치'로 유커가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화장품 업계는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호텔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마찬가지다. 유커 감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저가 단체여행 손님이 주를 이루는 비즈니스 호텔은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커가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뷰티·호텔업계는 중국 정부의 향후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유커를 겨냥한 마케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수요가 점차 감소된다면 국내 관광산업 전반이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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