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르재단 출연 50여개 기업 전수조사
최순실 구속영장 청구…직권남용 등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물증인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이 문제의 태블릿PC를 보여줬지만, 최씨는 ‘내 것이 아니다, 모른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자신이 대통령 연설문 수정 등 국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와 관련한 불리한 정황들을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검찰은 앞서 해당 기기의 복구작업을 마무리하고 저장된 파일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200여건의 청와대 문서 파일을 담은 이 태블릿PC가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의해 2012년 6월 처음 개통됐고, 이후 2014년 3월까지 최씨가 사용했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기에서 최씨의 사진과 외조카 등 친인척 사진을 발견해 최씨가 태블릿PC를 써 왔다는 점을 어느 정도 확인한 셈이다.
최씨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형성과정은 물론 K스포츠재단이 조성한 자금을 더블루케이 법인으로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도 ‘모른다’는 식으로 발뺌하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핵심 인물들과의 관련성도 부인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안종범 전 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8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출연한 50여개 기업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검찰은 이르면 3일부터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23개사가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자동차가 68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삼성생명 55억원, 삼성화재 54억원, 포스코 49억원, LG화학 49억원 등이다.
검찰은 조사 대상 기업이 많아 별도의 전담팀을 두고 전담 검사들을 배치해 기업들을 나눠 조사를 맡길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최씨 측이 K스포츠재단을 앞세워 두 재단 출연금 외에 추가로 별도 기부를 받았거나 받으려 시도한 롯데그룹과 SK그룹 관계자들을 불러 ‘기업 갈취’ 의혹을 조사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관계자를 조사하면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내는 과정에 최씨 측의 강요성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한편,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법원에 최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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