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 주민 “2년에 한 번 하는 훈련인데 더 불안해졌다”
▲ 2일 오전 대전시청 18층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하나로 방사능방재 합동훈련 중 일부 직원이 의자에 기대 자고 있다. 임효인 기자 |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다량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민 불안이 커진 가운데 대전시와 유관기관이 실시한 합동훈련이 형식적으로 진행,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훈련임에도 불구 대부분의 공무원이 긴장감 없이 형식적으로 ‘시간 떼우기식’ 으로 임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제기된다.
대전시는 2일 오전 9시 시청 8층 재난전상황실에서 ‘하나로 방사능방재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은 하나로 원자로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심장전 핵연료가 파손된 상황을 가정한 대응훈련으로 유성구청,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 의학원 등 14개 유관기관 550명이 참여했다. 훈련 장소는 유성구청과 한국원자력연, 대전방재센터, 국군대전병원 등 모두 다섯 곳에서 동시에 펼쳐졌다.
이날 훈련에서 대전시는 ‘대전시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구성해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주민지원체계를 수립하고 대응하는 것이었다. 비상단계에 따라 시민을 대피키고 통제하는 것도 주요 역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가 참여한 훈련 대부분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문서로 이뤄진 데다 회의를 소집했다고 가정하는 등 실제 사고 발생 시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훈련 중 사고가 발생한 원자력연 원자로 실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실시간 화상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았다.
게다가 시 방사능방재대책본부에 소집된 공무원 방재요원 대부분이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12시 30분에 종료된 훈련 중 절반가량을 자는 요원도 있었다.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잡담을 나누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교육이 끝난 뒤 일부 직원은 “시간이 아까웠다”, “잘 잤다”고 훈련에서 느낀 점을 털어놨다.
훈련을 참관한 한 시민은 “문제 발생 시 훈련에서의 시스템으로 시민 안전이 지켜질지 의문이고 막상 훈련을 보고 나니 더 걱정되고 불안하다”며 “연구소는 유성에 있지만 대전 전체가 안전지대가 아닌데 안전한 상황으로 가정해 통제 가능한 시나리오로 훈련하는 것도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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