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스타벅스가 나를 다시 싸움닭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이스탄불의 유명 프랜차이즈 직원들은 매우 불친절했다. 커피는 8리라였다. 일단 10리라짜리 지폐를 건네줬는데 지갑을 보니 동전이 너무 많았다. 동전을 없애고 싶어서 3리라를 더 주며 ‘5리라짜리 지폐를 달라’고 했는데 그게 문제의 원인이었다.
캐셔는 계속 다른 직원이랑 신경질 적으로 얘기하면서 내가 준 3리라를 받았다. 돈을 계산기기에 넣고 나서도 계속해서 논쟁을 이어갔고 한참동안이나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점점 불안해 질 때쯤 거스름돈을 줬는데 달랑 2리라를 줬다. 상황을 설명하고 5리라 달라고 했더니 눈을 잡아먹을 듯 동그랗게 뜨고 ‘네 커피는 8리라야’라고 짜증을 냈다.
“너 10리라 주고 8리라 커피를 시켰어”
“알아. 내가 시킨 커피는 8리라 맞는데, 나는 동전이 너무 많아서 지폐 ᅟᅡᆮ을라고 너한테 3리라 더 줬어.”
“너 8리라짜리 커피 시켰다니깐?”
“그래, 내가 13리라 줬잖아!”
“거짓말하지마. 니가 언제 13리라를 줬어?”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냥 매니저를 부르자했더니 알겠다고 매니저를 불렀다.
‘내가 8리라 커피를 시키면서 10리라를 냈다. 그리고 나서 동전이 많길래 5리라짜리 지폐를 거스름돈으로 받고 싶어서 3리라를 더 냈다. 근데 직원이 2리라만 준다.’ 나는 이 말이었고, 매니저가 온 후에도 직원은 내가 10리라 지폐 낸 것만 기억하더라. 후에 3리라 받은 건 진심으로 기억 못 하는 거 같았다. 굉장히 억울해 보였다.
얘기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구경났고, 직원들도 구경났고, 영어가 딸리는 나만 병신이 돼 갔다. 사실 어제 맥도날드에서 직원이 좀 이상하게만 안 굴었어도 그냥 넘어갔을거다. 근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유명한 프랜차인즈에서 이러니 얘네 종특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나서 그냥 넘어가기가 싫었다.
(어제 맥날 사건: 터키를 포함한 유럽은 거의 아이스아메가 없음.커피=HOT 이라는 인식.
아이스를 마시려면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 가야 됌.
어제 혹시나 하고 맥도날드에 갔더니 직원이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있다고 함. 아이스커피 잔에 얼음까지 푸면서 있다고 했음. 아이스커피 달라 하고 돈을 줌. 가격은 5리라였는데 5리라 받고 1리라 더 달라함.
1리라를 찾다가 문득 이상해서 물어봄.
"커피 5리라잖아"
"5리라 아니야. 6리라야."
"왜? 5리라라 쓰여 있는데?"
"아, 그러네? 5리라네. 미안."
내가 메뉴판에서 가격을 짚으며 물어보니 그 때서야 무표정으로 사과하고 커피를 만들러 갔다.
사실 터키에서 물건 값 지불할 때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8리라짜리 물건 사면서 20리라 내면 2리라만 준다. 왜 2리라만 주냐고 12리라를 달라고 하면 처음에는 발뺌하다가 화 내려하면 그때서야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제대로 거스름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후기를 읽은 게 생각났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얘가 정말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나도 알바하면서 종종 실수하니까.
5리라만 제대로 내고 커피를 기다리는 아이스 컵에다 담았던 얼음 쏙 빼버리고 뜨뜻미지근한 커피를 준다. 아이스 컵에...펐던 얼음은 어디 갔어??
그러고 나서 바쁘게 다른 손님들 주문 받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갈까도 생각했다. 직원이 일부로 그랬단 생각은 보다는 실수했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 다시 컴플레인 걸기가 번거로웠다. 만약 내가 간절하게 아이스커피가 마시고 싶지 않았다면 그냥 나왔을 텐데 간절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다.
"Excuse me, I ordered ice coffee. but it’s not."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직원이 나를 홱 보고 사과 한마디 없이 "Ok"하고 컵에다 얼음 3개를 넣어서 던져줬다. 커피를 반 쯤 던지는 이 직원을 보면서 순간 ‘얘가 일부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맛은 찌꺼기 우려낸 거 마냥, 녹차 우리고 우려서 마지막에 쓴 맛만 나는 녹차처럼 맛도 없었다. 맥도날드에서 이 일을 겪고 나니 여기서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제 맥날에서 이 일이 없었다면 그냥 나갔겠지만 짜증나서 뒤에 씨씨티비 보는 게 더 빠르겠다고 비디오 돌려보라고 했다.
매니저 같은 사람이 알겠다고 기다리라 하고 갔다.
비디오 보려하나 했더니 더 높아 보이는 인간을 데려왔다. 그 사람이 무슨 일이죠? 하면서 또 설명을 하란다.
새로운 캐셔, 돈 받은 캐셔, 매니저 같은 사람, 점장 같은 사람들 거치면서 10번도 넘게 말하면서 감정도 격해졌는데 처음부터 또 설명하라고? 너무 짜증났다.
점장 같은 사람이 직원하고 터키말로 얘기 하더니
"직원이 받은 적 없다는데요?"했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돈을 줬고, 직원은 받았다. 근데 안 받았다고 우기고, 그래서 점장이 왔다. 근데 점장은 직원 말만 듣고 안 받았다는데요? 라고 나한테 되묻는다.
"아니 받아놓고 안 받았다고 우기는데 나보고 되물으면 어쩌라는 거야"
나도 모르는 새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다시 설명하는데 직원이 껴들어서 자긴 돈 받은 적 없다고 했다. 또 설명하는데 직원이 껴든다.
"내가 8리라짜리 커피 주문하면서 +×(~?.#&&~~"
"뭐래. 너 10리라짜리 한 장 줬잖아"
"그래, 기억하지? 10리라 한 장 받은 거? 기억하지? 한 장 줬어. 네가 지폐 한 장 받았어. 그리고 내가 코인 3개 더 줬잖아. "
"무슨 소리야. 나 지폐 한 장 받았는데."
"그래. 한 장 받았어. 그리고 동전 3개 더 받았다고. 난 너한테 13리라 줬다고!"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는데 점장이 paper 몇 장 줬냐고 물어봤다.
"1 paper, 3 coins. 13TL" (지폐 한 장, 동전 3개. 13리라)했더니
"Not 30, 13??" (30리라 말고 13리라?)
"Yes, 13" (응, 13리라)
"Not 30, 13" (30리라 말고 13리라 맞지?)
직원과 점장을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돈을 돌려줬다. 영어로 얘기하면서 중간에 thirteen(13)을 thirty(30)이 혼용된 거 였다. 나는 13리라를 줬다고 했는데, 직원은 30리라도 알아듣고 받은 적 없다고 우긴 것이었다. 내가 계속 발음을 잘못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헷갈릴까바 난 중간 중간 정확하게 13이라고 얘기 했다. 얘네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Turkish English라 서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직원이 먼저 미안하다고 하기에 나도 미안하다하고 스타벅스를 나왔다.
터키에 들어와서 벌어진 두 번째 싸움에 온 몸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이번 커피도 쓰기만 했다. 내가 기억하는 시원하고 깔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이 아니었다.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텁텁하고 쓴 끝 맛이 났다. 해외에서 먹은 아메리카노의 맛이 별로라고 기억될 것 같다./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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