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지도부 사퇴해야”, 친박 “반대”
이정현 대표 “도와달라”..사실상 거부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2일 ‘최순실 파문’에 따른 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했지만 설전을 벌이다 끝났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위기 상황인 당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하지만 비박과 친박 중진 의원들은 당 지도부 거취를 두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그동안 어떻게 말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거론하고 싶지 않다”며 “안타깝지만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길은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 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제가 무슨 도둑질한 것처럼 뭔가 있는데 말씀 안하시는 것 같다. 있는 대로 이야기하시라”고 반발했다.
정 의원이 “대표이기 때문에 제가 자제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자 이 대표는 “자제하지 말고 말하라. 아니면 그 말을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의원은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덕을 많이 봤다. 이제 어려운 지경이면 손해도 같이 봐야 하는 게 정치적 운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석한 중진의원 대다수가 현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심재철·유승민·김재경 의원 등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도부 사퇴 요구는 계파 세력 다툼”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있었다.
홍문종 의원은 “이 정도 얘기했으면 대표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30만 당원이 뽑은 당 대표인데 물러나라, 물러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 역시 “우리 당에 공백상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도부가 도망가듯이 등 떠밀려서 나가는 것은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좋을 때는 좋은 대로, 위기일 때는 위기인 대로 하나씩 헤쳐 나가고 극복해나가고 수습해 나가는 게 공동체이고 당 조직이다. 부족한 당 대표에게 많은 능력을 보태달라”며 지도부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오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당내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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