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콜로세움(closseo). ‘위대한 건축물’이라는 뜻의 콜로세움은 전투를 재현하거나 고전극을 상연하는 무대로 쓰였다. 노예나 전쟁 포로들 중에서 뽑힌 검투사들은 서로 결투를 벌이거나 동물을 사냥하며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그리스도교 박해 시대에는 신도들을 학살하는 장소로도 이용됐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잔인한 측면이 있지만 고대 로마 시대의 오락과 역사를 갖고 있는 유적지다.
팔라티노 언덕으로 올라가면 포로 로마노가 보인다. 포로로마노는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였던 로마제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크게는 신전, 바실리카, 기념비 등으로 구성 돼 있고 티투스 황제 개선문, 막센티우스 바실리카, 베스타 신전, 원로원,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 개선문 등을 볼 수 있다.
스페인광장에 가면 광장 옆에 스페인 계단이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스페인이름이 붙은 이유는 예전에 스페인대사관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기왕 왔으니 오드리 햅번이 앉았던 곳에서 젤라또 한입하려 했는데 현재 스페인 계단에서 음식물 섭취가 금지 돼 있다. 그리고 이미 오드리햅번이 엉덩이 붙였을 만한 곳은 만원이었다. 조금 더 걸어 트레비분수로 갔다. 트레비 분수가면 뭘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은 볼 수 있다고 한다.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분수 뒤에 있는 포세이돈과 트리톤의 조각상이 겨우 보일 정도였다.
진실의 입, 카타콤베, 대전차 경기장, 산타마리아마조레대성당, 성 천사의 성 등 유적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갔지만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유적지들을 보니 아쉬움이 넘쳤다. 조사하고 온 내용은 한계가 있었고, 이 유적들은 분명 내 짧은 지식보다 많은 내용을 갖고 있을 것이다. 판테온을 볼 때는 굉장히 우울해졌다.
‘내가 여기에 왜 왔지?’
판테온이 옛 로마인들이 제신을 섬기기 위해 봉헌한 신전이라는 건 알지만 그 이상으로 알 만한 내용이 없었다.
숙소에서 캐나다에서 온 니코를 만났다. 서로 여행 사진을 보여주는데 니코는 장소에 대한 역사와 의미들을 자세하게 알려줬다. 자신이 왜 그 곳을 가는지에 대한 이유가 확실했다. 더불어 그 장소가 겪은 역사에 대한 자기의견까지 덧붙여서 얘기했다. ‘살아온 문화가 다르니까’라고 핑계를 대기에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알아온 만큼 느끼고 얻어갈 수 있다. 알짜배기 정보만 모아놓았다는 책 한 두 권으로 다 알 수 있는 역사가 아니었다. 어디나 그랬지만 특히 로마는 더하다. 도시 전체가 역사를 품고 있는 보물같이 도시이기에, 로마에서 무지는 죄였다./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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