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봉균 천주교 대전교구청 사회사목국 국장 |
“요즘 세상에 밥을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현장에 가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비만을 염려하면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자 소량의 밥을 먹는 것이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생활습관이다. 하지만 성모의집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은 밥을 고봉으로 드시고도 더 청해서 드신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상상되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사실 200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매번 점심을 대접해드리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봉사자들이 필요하다. 봉사자들 중에는 연로한 어르신들도 많고, 바쁜 시간 쪼개어 오신 분들도 많다. 심지어 방학 때는 중·고등학생들도 와서 봉사하며 큰 보람을 느끼고 돌아간다. 좁고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봉사하고 보람있어 하는 분들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감동적이다.
<대전성모의집>은 어르신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는 단순한 경로식당이 아니라 그곳에서 봉사하는 수많은 대전 시민들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주는 거룩한 곳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전성모의집>은 조립식으로 건축된 오래된 건물이라 대단히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도시계획상 향후 도로가 날 예정이라 같은 자리에 재건축도 불가한 상황이다.
그래서 운영주체인 사회복지법인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는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자 좋은 뜻을 가진 많은 분들의 정성을 모아 정말 어렵게 새로운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동구청에 기부 채납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대전시장님과 관계 공무원들, 그리고 동구청장님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의 따뜻한 마음과 협조에, 존경심과 함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새로운 부지는 원래 지저분한 고물상이 있던 자리였다. 바로 그곳에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3층 규모의 깨끗한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이용자는 물론이고 봉사자들도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이웃하고 있는 학교와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그곳을 드나드는 분들이 학생들이나 그 지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행색이 초라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분들이 드물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노숙자는 아니다. 집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 중에서 혼자 생활하시거나, 가족이 있어도 점심 식사준비가 번거로우신 어르신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행색이 초라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깨끗한 옷이 필요한 분들에게 본인에 맞는 옷을 골라서 가져갈 수 있는 일부 공간도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자꾸 1등 하라고 하고, 명문대 들어가라고 하며, 높아지라고 하고, 돈과 권력을 쟁취하라고 한다. 그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히 목표의식은 갖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경쟁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소박하게 살면서도 행복해 할 수 있는, 소외된 사람들을 도우면서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삶이 고단한 분들에게 굳이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함께하고자 하는 이 작은 우직함이 결국 사회를, 대전을, 동구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
나봉균 천주교 대전교구청 사회사목국 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