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링턴국립묘지 입구에 세워진 2차 세계대전 성조기를 게양 사건을 재현한 청동상 |
알링턴 국립묘지의 심장 무명용사 묘역
세계 각지서 전사한 신원불명 유해 안치
한국전쟁 참여 美 전투부대 기념비 눈길
미국 알링턴국립묘지는 한국전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지난 7월 취재차 알링턴국립묘지를 방문했을 때 곳곳에서 한국전쟁의 역사를 미국 영토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국립묘지의 심장 같은 무명용사 묘역은 1921년 건립돼 한국전쟁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전투에서 전사한 신원불명의 유해들이 안치된 곳이다.
엄선된 보초병이 매일 엄숙한 경계근무를 통해 무명용사의 명예를 수호하고 있으며 알링턴국립묘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공간이다.
이곳에 마련된 실내 전시실에는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무명용사묘역을 참배하고 헌정한 무명용사 감사패가 전시돼 있다.
무명용사 묘역을 벗어나 국립묘지 48구역(section)은 한국전쟁 희생자들이 1차 세계대전 전몰장병과 함께 안장된 곳이다.
다른 묘역과 특별한 구별은 없지만, 묘비에는 '한국전(KOREAN WAR)'이라는 참전 기록이 새겨져 있다. 매년 7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념해 한국주미대사관과 미 국방장관 그리고 참전용사 등이 참석해 국립묘지에서 기념식을 갖고 있다.
또 이곳에는 한국전쟁 묵상벤치(Korean War Contemplative Bench)가 있다.
1987년 미국의 한국참전 재향군인회와 당시 주미대사가 이들 석관 벤치를 헌정했는데 전쟁을 종식시키고 새 역사를 쓴 이들이 여기에 누워 있다고 새겨져 있다.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식재한 나무가 그 옆을 지키고 있다.
▲ 아이들이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한국전 기념공원의 조형물을 관람하고 있다. |
관람을 위해 알링턴국립묘지를 걷던 중 길가에 부대마크가 새겨진 기념비가 있었는데 한국전쟁 때 미 본국에 있던 전투부대 중 가장 먼저 한국에 도착한 제5연대 전투단(The 5th Regimental Combat Team)의 것이었다.
비석 기념물에는 “우린 자랑스럽다, 모든 임무를 완수했다.”고 새겨져 있다.
알링턴국립묘지를 벗어나 강을 하나 건너면 내셔널몰에 닿는데 이곳에도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워싱턴DC 내셔널몰은 오벨리스크인 워싱턴기념탑과 링컨기념관 등이 있는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공원으로 1995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42주년에 개장해 19명의 병사 조각상이 세워졌다.
판초 우의를 입고 전투에 임하는 미군을 표현한 조각상은 낯선 국가의 기후와 전쟁에 맞서 희생한 이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많은 미국 관람객들이 한국전 기념공원의 조각상을 관찰했으며, 현장에서는 한국전 참전 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한국전 참전군인으로 소개한 한 노용사는 자신의 경험담을 짧게 설명했으며, “당신의 희생에 감사하다”는 기자의 표현에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한국전 기념공원에는 한국전쟁 참전에 따른 사망(미군 5만4246명, 유엔군 62만8833명), 부상(미군 10만3284명, 유엔군 106만4453명), 실종(미군 8177명, 유엔군 47만267명), 포로(미군 7140명, 유엔군 9만2970명) 등으로 기록하고 있다.
내셔널몰에 베트남전 기념공원과 1차·2차 세계대전 기념공원 그리고 조금 벗어나 유대인 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박물관 등은 국가 상징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이 국가의 역사와 전통성을 알링턴국립묘지를 통해 체험한다면 워싱턴DC의 내셔널몰은 관광시설이면서 국가의 존재를 이해하는 상징적 장소였다.
알링턴국립묘지부터 내셔널몰, 국회의사당, 백악관까지 워싱턴DC는 도시 전체가 국가를 상징하는 장소이면서 조화를 이뤘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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