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백내장인가? 녹내장인가? 짝눈을 너무 오래 방치했나? 검사를 받는 동안 이 생각 저 생각에 두렵기 조차 했는데 안과에서는 아직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며 돋보기를 쓰라고 처방하였다. 빠르게는 40대 중반부터 돋보기를 쓴 후배 교수들도 있으니 이 나이에 돋보기를 쓰는 것이 이야기꺼리도 아니겠지만 읽고 쓰는 것이 일상의 대부분인 교수로서는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 하는 일이 짜증이 솟구칠만큼 불편하다. 게다가 짝눈이어서 그런지 비싸게 맞춘 안경인데도 영 편안하지가 않다.
아, 눈의 건강을 잃고나니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스레 느낀다. 오감이 모두 중요하지만 시각으로 얻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눈이 잘 생기지 않았으면 또 어떤가! 기능이 문제다, 기능이. 사람에게 두 개의 눈이 있음으로써 물체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근을 가릴 수 있고, 각막이니 망막이니, 수정체니 홍채니 하나하나 제 기능을 해서 무엇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본다는 점에 생각이 이르니 요즈음 눈만 뜨면 보이고,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아니 눈 감아버리고 싶은 뉴스들이 떠올라 울컥해진다. 어떤 정보를 보고, 사람을 고르고, 의사결정을 선택하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무엇이 어떻게 보인다고 말하는 것은 '시각적 실체'에 대한 감각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시감각을 통해 얻은 물체의 상에 어떤 해석을 붙여 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엇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마음의 안경을 통해 본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각기 다르고, 그러니 똑같은 상황인데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경험해보았을 쉬운 예로 배가 고플 때와 배가 부를 때 장을 보면 그 양이 적잖이 달라지는 것을 생각해보자. 배가 고플 때는 앞에 놓인 음식물이 적어 보이고, 배가 부를 때면 그 반대로 많아 보이는 이런 오류도 마음의 안경에 비친 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그저 먹거리를 사고, 밥을 짓는 정도에만 관여된다면 크게 걱정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마음의 안경은 그 사람이 하는 크고 작은 어떤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후 상황을 이해할 때에도, 사람을 파악할 때에도, 중대한 의사결정에 마음의 안경은 영향을 미친다. 첫인상의 오류도 있고 확증 편향이니, 부정성 편향이니 등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는 오류, 바이어스라 할 수 있는 심리적 편향이 있다.
확증 편향은 자기의 생각이나 기대와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것이 올바를지라도 무시해버리는 심리적 현상이다. 이에 반해 부정적 정보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정보를 먼저 찾는 것으로 살아남는데 매우 중요하고 경고 기능을 하게 되어 대응할 준비를 하게 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검토없이 피해버리는 행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세상사 이모저모를 계산하고 분석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한정된 경험이나 직관 등으로 심리적 편향에 빠진다면 있는 그대로 맑은 시각보다는 굴절된 시각을 가졌다 하겠고, 이는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으로 그 사람의 세상보는 시각을 왜곡시킨다.
근시, 원시, 난시를 신체적인 시각장애라 한다면 왜곡된 마음의 안경은 심리적 시각장애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욱이 마음의 안경이야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무의식의 영향이 클테니….
몸의 눈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눈을 건강하게 하자. 자기 마음의 안경에 왜곡이 무엇인지 살피고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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