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호 탤런트·영화배우 |
TV 프로그램에서는 나를 '악수당 총재'라고 표현할 만큼 어느새 배우 정준호하면 악수의 대명사가 되었나 보다.
악수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인사, 감사, 친애, 화해 등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두 사람이 각자 한 손을 마주 내어 잡는 일'이다. 내게 '악수'는 악수의 사전적 정의를 넘는 그 무엇이다. 몇 초 동안 상대방의 손과 내 손이 마주하는 행동이지만 나는 내 진심을 담아 악수를 함으로써 상대방과 정을 나누고 그 정은 인연으로 이어져서 신뢰가 쌓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 인간관계는 내 삶에 있어서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악수를 통한 인간관계는 배우, 사업가, 전국 지자체 100여 개 홍보대사이기 이전에 인간 정준호가 있게 해 준 원동력이라 하고 싶다. 내게 악수가 얼마나 친근한 것인지 일례를 들어보면, 가족모임이 있을 때 아버지를 오랜만에 뵈었는데 나도 모르게 악수를 청했더랬다. 가족모임에서도 악수를 하는 나를 보고 가족들이 한바탕 웃는 일도 있었다.
10년 넘게 전국의 외롭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사랑의 밥 차' 봉사를 하고 있다. 적게는 수백명부터 많게는 수천명이다 보니 시작부터 '반갑습니다, 정준호예요'라며 2~3시간 악수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이 시작된다.
악수와 함께 사인하고, 사진을 찍다보면 정작 봉사활동은 거의 끝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늘 같이 봉사하러 가는 동료 '사랑의 밥 차' 식구들이나 자원 봉사자 분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그래도 내게 연예인이 이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재능기부라고 해 주셔서 힘이 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작품 촬영하랴, 사업가로 일하랴' 바쁠 텐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국 팔도에 어떻게 다 다니냐고.
물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지만 신기하게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생긴다. 부모님이나 아내는 내가 천성적으로 사람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할 정도다. 모든 사람한테 그렇게 성심을 다하다 보면 혹시 상처를 받게 될 일이 생길까 항상 노심초사 하는 눈치다. 하지만 난 가족들에게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라고 걱정 말라고 늘 말하곤 한다.
올해로 배우로 데뷔한 지 22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배우로 받은 과분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고 많은 분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그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고향은 충남 예산이다. 지금도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는 꼭 찾아가는 고향. 예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까지 자연 속에서 흙냄새 맡으며, 사람 냄새 가득한 대가족 사이에서 장남으로 자랐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과 함께 하다 보니 진실된 인간관계가 나의 큰 자산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눈을 마주하며 두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눌 수 있음으로 인해 감사하다.
나의 작은 바람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나의 소중한 아들이 이 세상이 사람을 측정하는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보다 사람 냄새 나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아는 아이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얼굴이라고 했던가. 나의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더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사람 좋아하고 악수 잘 하는 아빠를 둬서인지 세 살 박이 아들역시 사람 많으면 더욱 신나게 잘 놀고 악수도 잘 한다.
사람을 중시하고 그 마음을 담아 사람을 대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이 되는 아이로 성장하길 소망해 본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를 겪게 되지만 진심으로 정을 나누는 인간관계는 그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농도는 진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마음까지 움츠러들기 쉽지만 가까이에는 소중한 가족들부터 친구, 친지, 이웃에게 따뜻한 안부인사와 함께 손을 내어드리면 어떨까.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가는 이 가을에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인사드린다.
“평안하시고 2016년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저와 악수 한 번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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