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악수당 총재, 정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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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악수당 총재, 정준호입니다

  • 승인 2016-10-31 11:19
  • 신문게재 2016-11-01 23면
  • 정준호 탤런트·영화배우정준호 탤런트·영화배우
▲ 정준호 탤런트·영화배우
▲ 정준호 탤런트·영화배우
“안녕하세요, 배우 정준호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몇 천 번 이렇게 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한다.

TV 프로그램에서는 나를 '악수당 총재'라고 표현할 만큼 어느새 배우 정준호하면 악수의 대명사가 되었나 보다.

악수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인사, 감사, 친애, 화해 등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두 사람이 각자 한 손을 마주 내어 잡는 일'이다. 내게 '악수'는 악수의 사전적 정의를 넘는 그 무엇이다. 몇 초 동안 상대방의 손과 내 손이 마주하는 행동이지만 나는 내 진심을 담아 악수를 함으로써 상대방과 정을 나누고 그 정은 인연으로 이어져서 신뢰가 쌓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 인간관계는 내 삶에 있어서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악수를 통한 인간관계는 배우, 사업가, 전국 지자체 100여 개 홍보대사이기 이전에 인간 정준호가 있게 해 준 원동력이라 하고 싶다. 내게 악수가 얼마나 친근한 것인지 일례를 들어보면, 가족모임이 있을 때 아버지를 오랜만에 뵈었는데 나도 모르게 악수를 청했더랬다. 가족모임에서도 악수를 하는 나를 보고 가족들이 한바탕 웃는 일도 있었다.

10년 넘게 전국의 외롭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사랑의 밥 차' 봉사를 하고 있다. 적게는 수백명부터 많게는 수천명이다 보니 시작부터 '반갑습니다, 정준호예요'라며 2~3시간 악수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이 시작된다.

악수와 함께 사인하고, 사진을 찍다보면 정작 봉사활동은 거의 끝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늘 같이 봉사하러 가는 동료 '사랑의 밥 차' 식구들이나 자원 봉사자 분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그래도 내게 연예인이 이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재능기부라고 해 주셔서 힘이 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작품 촬영하랴, 사업가로 일하랴' 바쁠 텐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국 팔도에 어떻게 다 다니냐고.

물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지만 신기하게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생긴다. 부모님이나 아내는 내가 천성적으로 사람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할 정도다. 모든 사람한테 그렇게 성심을 다하다 보면 혹시 상처를 받게 될 일이 생길까 항상 노심초사 하는 눈치다. 하지만 난 가족들에게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라고 걱정 말라고 늘 말하곤 한다.

올해로 배우로 데뷔한 지 22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배우로 받은 과분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고 많은 분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그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고향은 충남 예산이다. 지금도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는 꼭 찾아가는 고향. 예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까지 자연 속에서 흙냄새 맡으며, 사람 냄새 가득한 대가족 사이에서 장남으로 자랐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과 함께 하다 보니 진실된 인간관계가 나의 큰 자산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눈을 마주하며 두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눌 수 있음으로 인해 감사하다.

나의 작은 바람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나의 소중한 아들이 이 세상이 사람을 측정하는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보다 사람 냄새 나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아는 아이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얼굴이라고 했던가. 나의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더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사람 좋아하고 악수 잘 하는 아빠를 둬서인지 세 살 박이 아들역시 사람 많으면 더욱 신나게 잘 놀고 악수도 잘 한다.

사람을 중시하고 그 마음을 담아 사람을 대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이 되는 아이로 성장하길 소망해 본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를 겪게 되지만 진심으로 정을 나누는 인간관계는 그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농도는 진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마음까지 움츠러들기 쉽지만 가까이에는 소중한 가족들부터 친구, 친지, 이웃에게 따뜻한 안부인사와 함께 손을 내어드리면 어떨까.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가는 이 가을에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인사드린다.

“평안하시고 2016년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저와 악수 한 번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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