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한달]자영업자 “살길 막막”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청탁금지법 한달]자영업자 “살길 막막”

  • 승인 2016-10-30 12:41
  • 신문게재 2016-10-30 9면
  • 박전규 기자박전규 기자
식당 10곳 중 7곳 “법 시행 후 매출 감소”
경제적 손실 연 11조6천억원…소비심리 위축
서로 만남 꺼려…공직자들 외부인 ‘기피현상’ 초래
다른 업종까지 연쇄적 피해…대책 마련 ‘절실’


“청렴사회를 만들겠다는 법의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꼭 한달이 되는 지난 28일 오후 기자와 만난 대전의 한 고급 음식점(서구 둔산동) 주인 A씨는 최근 자신의 심경을 이같이 고백했다.

식당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A씨는 “최근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 등으로 청탁금지법 관련 언론보도 등이 좀 잠잠하긴 하지만, 고급 음식점 등 일부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법이 시행되고 한달이 지났는데, 정국이 너무 어수선해 상인 구제방안도 없는 상태고, 정부의 별다른 지원책도 없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식당에서 3만원 이하의 메뉴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공직자 등 대부분 사람들이 만남자체를 꺼리고 있어,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공직자들이 구내식당과 저렴한 음식점 등을 선호하면서, 지역 고급 음식점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같은 피해는 음식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외식업체 10곳 가운데 7곳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을 운영하는 국내 41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8.5%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평균 매출 감소율은 36.4%로 파악됐다.

또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액을 의미하는 객단가가 3만원 미만인 식당의 65%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해, 대부분 식당이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초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경제분야 손실은 이미 예견된 부분이었다. 경제연구원은 법 시행에 앞서 국내에서 경제적인 손실이 연간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음식업종이 무려 8조원을 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으로 음식업, 골프업, 소비재·유통업 등에 직접적인 타격이 전망됨에 따라 연간 11조6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산업별 연간매출 손실액은 음식업종이 8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선물 관련 산업은 약 2조원, 골프업계는 1조1000억원 가량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법 시행 이후 지역 경제계 전반에 걸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공무원 등 법 적용대상자들은 괜한 의심을 살까 밥 한끼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친분 쌓기가 어려워졌다”면서 “결국, 법과 무관한 일반인들과의 만남에도 장벽이 생겼고, 공직자들의 외부인 기피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성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는 “법 시행 한달 만에 요식업과 화훼업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업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법 적용과 거리가 먼 다른 업종들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사립학교는 물론이고, 일반인간 교류마저 꽁꽁 얼어붙을 지경이다.

학부형 C씨는 “법 시행 이후 어느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따로 식사하는 장면을 봤다. 함께 서로 모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은 사라졌다”면서 “당초 우려했던 인간관계 단절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리 사회가 활력과 역동성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아쉬워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