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손실 연 11조6천억원…소비심리 위축
서로 만남 꺼려…공직자들 외부인 ‘기피현상’ 초래
다른 업종까지 연쇄적 피해…대책 마련 ‘절실’
“청렴사회를 만들겠다는 법의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꼭 한달이 되는 지난 28일 오후 기자와 만난 대전의 한 고급 음식점(서구 둔산동) 주인 A씨는 최근 자신의 심경을 이같이 고백했다.
식당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A씨는 “최근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 등으로 청탁금지법 관련 언론보도 등이 좀 잠잠하긴 하지만, 고급 음식점 등 일부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법이 시행되고 한달이 지났는데, 정국이 너무 어수선해 상인 구제방안도 없는 상태고, 정부의 별다른 지원책도 없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식당에서 3만원 이하의 메뉴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공직자 등 대부분 사람들이 만남자체를 꺼리고 있어,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공직자들이 구내식당과 저렴한 음식점 등을 선호하면서, 지역 고급 음식점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같은 피해는 음식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외식업체 10곳 가운데 7곳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을 운영하는 국내 41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8.5%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평균 매출 감소율은 36.4%로 파악됐다.
또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액을 의미하는 객단가가 3만원 미만인 식당의 65%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해, 대부분 식당이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초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경제분야 손실은 이미 예견된 부분이었다. 경제연구원은 법 시행에 앞서 국내에서 경제적인 손실이 연간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음식업종이 무려 8조원을 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으로 음식업, 골프업, 소비재·유통업 등에 직접적인 타격이 전망됨에 따라 연간 11조6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산업별 연간매출 손실액은 음식업종이 8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선물 관련 산업은 약 2조원, 골프업계는 1조1000억원 가량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법 시행 이후 지역 경제계 전반에 걸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공무원 등 법 적용대상자들은 괜한 의심을 살까 밥 한끼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친분 쌓기가 어려워졌다”면서 “결국, 법과 무관한 일반인들과의 만남에도 장벽이 생겼고, 공직자들의 외부인 기피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성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는 “법 시행 한달 만에 요식업과 화훼업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업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법 적용과 거리가 먼 다른 업종들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사립학교는 물론이고, 일반인간 교류마저 꽁꽁 얼어붙을 지경이다.
학부형 C씨는 “법 시행 이후 어느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따로 식사하는 장면을 봤다. 함께 서로 모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은 사라졌다”면서 “당초 우려했던 인간관계 단절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리 사회가 활력과 역동성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아쉬워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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