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수향' 바뀌어야 서산 6쪽마늘이 산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산수향' 바뀌어야 서산 6쪽마늘이 산다

  • 승인 2016-10-30 12:21
  • 신문게재 2016-10-31 22면
  • 유해중 서산시의원유해중 서산시의원
▲ 유해중 서산시의원
▲ 유해중 서산시의원
1960년대 54세이던 한국인 평균수명이 현재 82세 수준으로 증가했다. 바야흐로 인생 100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닌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느냐가 중요한 척도가 됐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몸에 좋은 건강식품을 꾸준히 즐겨 찾는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들어 재조명 되고 있는 게 마늘이다. 마늘은 강한 냄새만 빼면 모든 게 이롭다고 해서 예부터 일해백리(一害百利)로 불렸다. 우리가 잘 아는 삼국유사의 단군신화가 말해 주듯 마늘은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과 애환을 같이해 온 식품이다. 기원전 2500년 이집트 피라미드 벽면 상형문자에 노동자들에게 마늘을 먹였다는 기록도 있다.

온난한 해양성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가지고 있는 서산은 누가 뭐래도 6쪽마늘의 주산지다.

1504년 연산군 일기에는 “전라도에서 진상한 마늘보다 충청도(서산) 마늘이 품질이 우수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로 보아 서산 6쪽마늘의 효능이 이미 조선시대부터 알려졌음을 알 수 있다.

토종 6쪽마늘의 주산지인 서산과 태안은 원래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다. 하지만 1989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서산시와 태안군이라는 두 개의 행정구역으로 분리됐고, 두 지역에서 생산된 마늘은 각각 '서산 6쪽마늘','태안 6쪽마늘'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출하되었다.

이후 웰빙식품 바람을 타고 6쪽마늘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원산지에 대한 주도권 논쟁이 시작되었다. 서산시는 조선왕조실록 순조편 연산군 일기의 “서산 간월도 인근에서 마늘을 생산하고 임금께 진상했다”는 등의 실록을 근거로 원산지임을 주장했다. 태안군은 6쪽마늘 우량종자가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에서 생산되어 서산지역 농가가 이 종자를 가져다 쓴 사실과, 1989년 이전에는 서산시도 6쪽마늘 원산지가 현 태안군 원북면 대기리, 근흥면 수룡리 지역이라고 공표해 왔던 사실을 들어 정통성을 주장했다.

원산지 문제로 인한 갈등과 소모적 경쟁은 계속되었고, 그 피해는 결국 지역 농민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에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게 되었다. 이에 두 시·군은 2008년 농림식품부가 추진한 원예브랜드 육성사업을 공동으로 신청했고 그 해 말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서산시와 태안군이 지원하고 11개 서산·태안 지역농협이 출자해 공동 사업법인을 설립했고 '산수향(蒜秀香)'이라는 통합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8년여가 지난 지금 '산수향'은 초라한 실적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수향이 매년 서산·태안 6쪽마늘 전체 생산량 6000t 중 약 100여t 규모 만을 매입한다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전체 생산량의 60분의 1 규모다. 50여 억원의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이 법인이 미미한 6쪽마늘 수매 말고, 운영은 어떻게 되는지, 마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실적을 내고 있는지에 대해 농민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잘 모른다.

'산수향'이라는 정체성 없는 이름은 지금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그럴듯한 포장에 산수향이라는 마크가 찍혀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지 사람은 물론이고 서산·태안 주민도 마찬가지다.

이러다보니 6쪽마늘의 정통성은 사라지고 재배농가는 시장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마디로 6쪽마늘의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농가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산수향이라는 허울 뿐인 이름을 버리고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6쪽마늘이라는 고유 명칭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마늘 재배 농민들이 바라는 바이고, 서산 6쪽마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장 쉬운 지름길이다. 서산·태안 6쪽마늘의 미래를 위해 서산시와 관계자들의 심각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