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 서울대생이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며 인터넷에 후기를 올렸다. 소위 스카이라고 불리는 대학의 학생이 7급도 아닌 9급 시험에 응시하다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명문대 입학은 곧 대기업 취업으로 이어졌던 때도, 대학만 졸업해도 회사에서 채용하던 시기도 지난 지 오래다. 대기업에 취업해도 인턴이나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고 정직원으로 입사해도 언제 퇴사처리 당할지 모른다. 고용 유연화 때문이다.
합격하고 나면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 흔히 공무원을 부르는 말이다. 정규직은커녕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시기에 공무원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또한 마음 아픈 선택지이기도 하다. 필자가 스무살 무렵엔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될 거라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취업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은 지금 멋진 선생님이 될 거라던 친구의 진로 변경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노량진 및 수많은 고시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도 한때는 빛나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흥미와 적성에 맞아서 도전을 하는 이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펜을 잡은 이들이 훨씬 많다. 이런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기성세대들은 도전의식이 없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야망이 없다고 청년들을 나무라던 중장년층도 하나 둘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취업시장이 얼마나 각박해졌는지 알 수 있다.
고용이 불안정하니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건 당연하다. 젊고 뛰어난 인재들이 같은 직업군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용 안정화이다.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수습사원은 정직원으로 채용 할 인원만큼만 뽑아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이 늘어난다면 상황에 떠밀려 공시에 도전했던 인재들이 취업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다./김유진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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