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십시오.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오늘도 네비아가씨는 고운 목소리로 나에게 친절히 길안내를 하고 있다.
나는 지독한 길치다. 또한 조심성이 많아서 운전면허를 딴 지 10년이 넘어서까지 익숙한 길로만 다녔다. 낯선 곳은 차를 가지고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처음 네비게이션(navigation)이 나왔을 때 너무나 기뻤다. 이제 길치인 나도 걱정 없이 어디든 찾아 갈 수 있겠구나 했었는데 이 놈의 네비게이션은 꼭 한 발 늦었다. 길을 지나치고 나서야 ‘우회전입니다, 좌회전입니다.’ 라고 하는 바람에 네비게이션만 믿고 길을 나섰다가 당황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 최신 네비게이션은 고운 목소리의 네비아가씨가 얼마나 자세히도 길을 가르쳐 주는지 아주 물 만난 고기 마냥 어디든 잘 다니고 있다. 길치인 나에게 네비게이션은 구세주이다.
잠시 신호등에 걸린 난 길옆 절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 앞에 엎드린 채 열심히 기도 중인 많은 어머니들을 보게 되었다.
‘아~ 수능이 얼마 안 남았구나. 벌써 수시는 시작 되었지’
고등학생 딸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로서 남 일 같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몸이 떨려왔다.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들은 누구나 느끼는 두려움이다. 수능을 앞둔 어머니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자녀를 위한 간절한 기도밖에 없다.
“150m 앞 급경사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정신 차리고 운전에 집중하라는 듯 네비아가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목적지를 안내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속도 제한구역이며, 어느 길로 가면 막히지 않고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지까지 알려 주는 네비게이션.
그래! 우리에게 인생 네비게이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맞게 가고 있는지, 항상 궁금해 하고 선택의 기로에선 선택에 따른 결과의 두려움에 크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럴 때 방향을 제시해 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바라게 된다. 우리는 언제나 안정된 안전한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 게티 이미지 뱅크 |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그리고 안정된 삶이란 어떤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이런 것들은 항상 우리에게 따라다니는 질문들일 것이다. 원하는 대학에 붙고, 원하는 직장에 다니고, 돈 많이 버는 것이 성공한 삶이 되는 건가? 그럼 지금 재벌들은 다 행복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헬렌 켈렌은 “안전은 환상일 뿐이다. 삶은 과감한 모험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둘 중 하나다. 안전이란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인류의 후손들은 안전이란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위험을 피하는 것은 위험에 노출된 것만큼이나 결과적으로 하등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상은 예상치 못한 고단한 현실과 맞부딪히며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라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기 보단 실패를 하더라도 잘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을 키우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한다.
우리들에겐 감사하게도 가치 있는 삶을 살다간 선인들이 계시다. 그들은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결과물들을 가득 남기고 가셨다. 목적지를 정하는 방법과 그 목적지를 향해 가치 있게 가는 길을 말이다. 현명한 사람들은 스스로 방법을 미리 알고 찾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목적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남이 입력해주어도 그것이 목적지인지 모른 채 살아갈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겐 선인들께서 마련해주신 인생의 네비게이션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인생의 네비게이션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인생 성공의 유무가 달라질 것이다.
오늘도 길치인 난 인생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한다. 행복이란 목적지를….
/김소영(태민) 시인
▲ 김소영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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