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동몽선습 소고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동몽선습 소고

  • 승인 2016-10-26 11:05
  • 신문게재 2016-10-27 22면
  • 민병찬 한밭대 산업공학과 교수민병찬 한밭대 산업공학과 교수
▲ 민병찬 한밭대 산업공학과 교수
▲ 민병찬 한밭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교과서로서 서양의 코메니우스의 책보다도 1세기 앞서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성인이 된 연후에도 근본도리와 인륜을 배우지 못하는 오늘날과 비교하면,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요즘 삶의 도리가 얼마나 퇴보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오륜(五倫)에 이어 중국의 역사편과 우리나라 역사편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함에 있어, 양이 방대하고 빠짐없이 기록한 역사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서로 다른 주장이 있는데, 어떤 책에는 박세무라고 되어 있는가 하면 김안국이라고 되어있는 책도 있다. 나름대로 여러 기록들이 있었으나 1980년대 초에 최초로 인쇄된 '동몽선습'이 발견됨으로써 지은이는 민제인으로 밝혀졌다.

민제인(閔齊仁·1493~1549) 선생은 조선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여흥(麗興), 자는 희중(希仲), 호는 입암(立巖)이다. 1520년에 별시 문과(병과)에 급제해 호당(湖堂)에서 독서하다가 이듬해 승정원주서로 탁용되었다. 1525년 춘추관 기사관으로 다시 등용돼 사필(史筆)에 종사했고, 1528년 사간원정언을 거쳐 1531년 이조정랑에 올랐다. 이어 성균관사성으로 승진했으며, 이때 문신제술시(文臣製述試)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동몽선습'은 천자문을 끝낸 아이들에게 경학과 역사의 개요를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로 엮어져 조선 숙종 이래 전국에 널리 보급되었다. '동몽'이란 어린아이라는 뜻이고 '선습'은 먼저 익힌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예전 아동교과서라고 알 수 있다. 먼저 천자문을 배운 다음 단계로 이 책을 교재로 사용했다. 초간본은 전하지 않으나, 임진란 이전의 중간본이 있다. 이 책은 목판본으로, '이묘신간'이란 간기와 지질로 보아 18세기, 정확히 1759년(영조 35 기묘)의 중간본으로 추정된다. 1541년 명종 때 쓰인 친필사본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소장돼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오륜의 하나하나를 각분하며 그에 대한 해설을 붙였으며, 이어 총론에서 오륜이란 사람도리의 자연적인 법칙으로서 사람의 모든 행실이 이에 벗어날 수 없다 하고, 효는 백행의 근원이 된다하여 사친의 도와 절차를 대표적으로 들어 말하였다. 다음은 삼황오제에서부터 명나라까지의 역대사실과 우리나라 단군시대부터 조선조까지의 역사를 약술하고 국가의 흥망도 역시 인륜에 좌우된다고 했다. 이는 학동들의 필수적인 교양서적으로 그들을 이해시키는 데는, 내용 자체가 보다 쉽고 문구가 간명해야 됨으로 그에 맞게 편찬한 것이다. 영조는 이 책의 중요성을 느끼고 운각에 인출을 명하며 널리 보급시키도록 했다.

권두에는 영조가 쓴 어제서(1742년 6월)가 있고 권말에 송시열이 쓴 발문(1670년 10월)이 있다. 발문에서, 총론중의 '이기성명설' 같은 것은 동몽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일지라도 주자의 논인설로 미뤄 본다면 저자의 본의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책은 세계 최초의 인성교과서로서, 앞에는 오륜을 총괄적으로 놓고, 다시 부자, 군신, 부부, 장유, 붕우의 도리를 다음에 열거했으며, 태극(太極)이 처음 나뉨으로부터 삼황오제와 하(夏), 은(殷), 주(周), 한(漢), 당(唐), 송(宋)을 거쳐 황조(皇朝)에 이르기까지 역대의 세계를 상세히 갖춰 기록하고, 우리나라에 미쳐서는 단군으로부터 시작해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또한 모두 기록했으니, 글은 비록 간략하지만 기록한 범위는 넓고 권은 비록 작지만 포함하고 있는 뜻은 크다.

이 책은 비록 명칭이 어린이 교과서로 되어 있지만, 오늘날 성인들의 자기 수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문화가 고도로 발달되고 산업화되면서 물질에만 탐욕이 생기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져서 자칫하면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나고, 또 목표를 상실하게 되어 인생 항로에서 방황하기 쉽다.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 부딪혀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고, 또한 오늘날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길을 가르쳐 주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2.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3.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4.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5.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1.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2.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3.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4.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5. 대전웰니스병원, 환자가 직접 기획·참여한 '송년음악회' 연다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