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이목지신(移木之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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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이목지신(移木之信)

  • 승인 2016-10-25 11:06
  • 신문게재 2016-10-26 23면
  • 임채원(임옥재) 시인 영원성명학원장임채원(임옥재) 시인 영원성명학원장
▲ 임채원(임옥재) 시인 영원성명학원장
▲ 임채원(임옥재) 시인 영원성명학원장
나무를 옮긴 사람에게 상을 주어 약속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한다는 뜻을 가진 이 말 이목지신(移木之信). 사기 상군열전(史記 商君列專)에 나오는 이 말은 국가에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위정자들이 알아두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김영란법을 이목지신처럼 믿음이 가게 해야 할 것이다.

상앙의 본명은 공손앙으로, 진(秦)나라가 육국을 멸하고 전국시대를 통일할 정도로 부국강병의 기초를 잘 세운 인물이다. 상앙은 원래 위(魏)나라 재상인 공숙좌를 섬겼다. 그러나 공숙좌가 죽은 뒤, 진(秦)나라에서 널리 인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나라로 가 효공에게 발탁되어 새로운 법을 만들었는데 우리의 김영란법과 같은 내용의 법이었다.

이목지신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법은 과연 어떤 법이고 어떻게 성공하였는가?

“가정 단위로 열 가정 혹은 다섯 가정을 한 조로 묶어 서로 잘못을 감시하도록 하고, 한 가족이 죄를 지으면 열 가족이 똑같이 벌을 받는다. 죄지은 것을 알리지 않는 사람은 허리를 자르는 벌로 다스리고, 그것을 알린 사람에게는 적을 죽인 것과 같은 상을 주며, 죄를 숨기는 사람은 적에게 항복한 사람과 똑같은 벌을 준다. 백성들 가운데 한 집에 성년 남자가 2명 이상 살면서 분가하지 않으면 부역과 납세를 2배로 한다. 군공을 세운 사람은 각각 그 공의 크고 작음에 따라 벼슬을 올려 주고, 사사로이 싸움을 일삼는 자는 각각 그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벌을 준다. 본업에 힘써 밭을 갈고 길쌈을 하여 곡식이나 비단을 많이 바치는 사람에게는 부역과 부세를 면제해 준다. 군주의 친척이라도 싸워 공을 세우지 못했으면 심사를 거쳐 공족으로서의 특권을 누릴 수 없게 한다. 신분상의 존비, 작위와 봉록의 등급을 분명히 하여 차등을 두고 토지와 집, 신첩, 의복의 등급을 작위의 등급에 따라 차별이 있도록 한다.”

하지만 백성이 신임을 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법을 공포하기 전에 국가가 신임을 먼저 보여 주기 위해 높이가 세 발 되는 나무를 남문에 세우고 이를 북문에 옮겨 놓는 사람에게 황금 10냥을 상으로 준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상금을 황금 50냥으로 올려 공시하였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나서서 나무를 옮겼다. 이에 조정에서는 약속대로 50냥을 주었다. 이처럼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 알린 다음 마침내 법령을 공포하였다.

불평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법이 시행되고 10년이 지나자 길가에 물건이 떨어져도 줍는 사람이 없었고, 도둑도 없어졌으며, 집집마다 다 넉넉해졌고, 백성들은 전쟁에는 용감했으나 개인의 싸움에는 힘을 쓰지 않았고, 나라는 잘 다스려졌다. 공손앙은 법 앞에 성역이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법을 시행했다. 심지어는 태자가 법을 어기자 태자 대신 태자의 부(傅, 후견인)인 공자 건(虔)을 처벌하고 태자의 사(師, 교육 담당)인 공손가(公孫賈)를 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먹물로 죄명을 찍어 넣는 자자형(刺字刑)에 처했다. 공자 건은 4년 후 또 범법을 하여 의형(코를 베는 형벌)에 처해져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진나라는 공손앙이 만든 법을 통해 가장 막강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왈가왈부 말이 많다. 그러나 이 법을 성공시키려면 개인은 물론 국가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한 번 한 약속은 설령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이목지신'의 정신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난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쳐 국민들을 희망에 부풀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 부정 청탁을 없애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자 김영란법을 제정하였다. 불평이 없을 리 없다. 스승에게 커피 한 잔도, 카네이션 한 송이도 선물할 수 없다니 왜 불평이 없겠는가? 그러나 뜻있는 국민들은 따를 것이다. 그래서 이 말 이목지신(移木之信)을 권해드린다. 아직 1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았다. 그 남은 1년 동안 국가의 기틀을 공고(鞏固)히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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