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처가 크리미해서 스무스하게 발라고 흡수성도 나이스해요^^’, ‘진저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니 바를 때마다 프레시해요. 그런데 아래 글 쓰신 분 생강냄새가 난다는 건 뭐죠?’
대부분의 후기를 보니 영어 범벅이었다. 우리말로 후기를 작성하면 두드러기라도 나는 모양이다.
휴대폰을 오래 들여다본 탓인지 눈이 침침해 잠시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 거리로 나와도 온통 영어간판 뿐이다. 한글로 적어도 될 것 같은 간판들마저도 죄다 영어단어 흉내를 내고 있다. 카페에 들어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린티라떼, 밀크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글이었던 메뉴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알파벳의 향연이다.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켰다. 마침 좋아하는 걸그룹의 새 앨범 무대가 나오고 있었다. 신보 가사의 절반이 의미없는 영어로 채워졌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채널을 돌렸다. 한 뷰티 프로그램에서는 새로 나온 립스틱을 ‘비비드한 컬러감과 쉬머한 펄감이 믹스 된 매트 립스틱’이라며 홍보했다.
더는 무분별한 영어 남발에 시달릴 수 없어 일기장을 펼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영어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 우리말로 쓰면 덧나기라도 하는 건가. 그나저나 주말에 비 온다는데 워터 프루프 코트하고 레인부츠 새로 사야할 듯.’/김유진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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