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
작은 학교와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다시 살려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아이들이 떠난 초등학교는 실버타운으로 변하고 청년이 사라진 지역은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송두리째 흔들리며 유령도시로 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올해로 네 번째 마을 음악회를 준비하는 청양 화성마을엔 아름다운 화음이 흐른다.
화성면의 배움터인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색소폰 앙상블, 청양군과 화성면, 청양교육지원청과 청양문화원, 기업과 종교단체에 이르기까지 교육공동체가 함께 기획해 재능을 나누고, 공간과 자료를 공유하며 학교는 마을로 확장된다.
그 중심에 청양교육지원청이 있다. 충남에도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2일, 충청남도와 충남교육청은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마을을 통한 교육, 마을에 관한 교육, 마을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는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이다. 교육의 책임을 학교에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 아이들의 교사, 친구, 관찰자가 되어 공교육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크고 작은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방관자가 아니라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마을교육공동체는 아이들이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의 자연, 사회와 역사, 자연스런 삶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적 기회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마을의 주인(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교육공동체와 함께 한 학습의 결과가 지역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
즉,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지역의 민주시민, 성장 동력이 되어 마을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협약식에서 충청남도와 교육청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상생협력으로 지속가능한 '충남형 마을교육공동체' 실현을 약속했다. 24개의 세부사업을 발굴해 미래역량을 갖춘 지역인재 육성, 세계 시민교육, 친환경 식재료의 안정적 판로 확보와 공급을 통한 친환경 무상급식에 힘을 모은다. 신규 사업으로는 학교 밖 청소년 진로교육을 위한 '꿈 키움 학교' 운영, 충남행복교육지구 지정·운영 등이 있다.
또한 충남교육청은 당진, 천안, 논산시를 중심으로 충남행복교육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교육 혁신과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두 축으로 교육환경 개선, 혁신교육 활성화, 마을학교 운영, 주민평생교육 지원 활동을 전개한다. 행복교육지구는 학교와 교육지원청, 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지역의 문제, 교육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는다.
하지만 지난 6월, 교육부는 3년 연속 인구 3만명, 학생 수 3000명 미만의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 추진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의도대로 추진 될 경우 충남은 청양교육지원청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은 균등한 교육기회 박탈과 지역 특성에 맞는 밀착 교육지원 약화로 교육 불균형이 가속화될 것이다. 나아가 교육환경 황폐화로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정주의식 상실과 지역공동체 해체로 교육자치는 물론 지방자치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청양교육지원청 통폐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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