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6년차 맞아 지역사회 행복론
직원 믿음으로 노사상생문화 구축 기여
그의 언어는 간명하다. 질문엔 결론부터 시작하는 두괄식으로 답한다. 꾸미지도 않는다. 수사(修辭)가 없는 문장은 건조하지만 이해하기 쉽고 명쾌하다. 자신을 스스로 ‘신문인’ 출신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부합한다.
역지사지, 올인, 실천이라는 말은 인터뷰 내내 여러번 반복됐다. 상투적인 표현인데도 클리셰로 느껴지지 않은 건 체화(體化)의 힘인 듯했다.
지역 언론에서 영업과 관리, 기자로 27년 간 일하다 6년 전 경영인으로 변신한 박근태 (주)맥키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을 17일 만났다. 박 사장은 “한동안 눈에서 힘 빼는데 애먹었다”면서도 때로 언론계 선배로, 한 기업의 대표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신뢰= 2010년 12월 취임한 박 사장의 취임 일성은 구성원에 대한 믿음이었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생산과 영업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호흡하며 대화를 나눴다. 귀를 열고 역지사지했다. “봉급쟁이끼리 아웅다웅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게 박 사장의 지론이다.
직원들은 믿음에 믿음으로 답했고 선양 시절을 포함한 43년 간 무분규 임금단체협상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노사협력대상’ 중소기업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2016 노사문화대상’ 고용노동부 장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 일·가정 양립과 건강을 위한 매주 가정의날 지정, 마라톤 장려수당, 사내 동호회 지원, 봉사마일리지 제도,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은 맥키스가 자랑하는 직원복지혜택이다.
맥키스컴퍼니 이경태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노조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노사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과 신뢰를 갖는다면 상생의 노사문화 전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연= 2004년 조웅래 회장이 선양을 인수할 당시 박 사장은 대전일보 경영진으로 근무 중이었다. 선양이 대전일보 건물에 입주해 있던 터라 조 회장과 박 사장은 임차인과 임대인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둘은 지근거리에서 교류하며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과 지역사회 기여라는 가치관에 동조했고 화학적 결합을 이룬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계족산 황톳길’을 매일같이 오르는 조 회장과 신심 깊은 불자로 틈만 나면 구암사를 찾는 박 사장이다.
산은 절을 품고 말씀이 있는 산은 향기롭다.
이 콤비는 계족산숲속음악회(맥키스오페라 뻔뻔한클래식), 에코힐링 계족산맨발축제(맨발마라톤) 등 대외활동과 내부경영에 각각 치중하며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박 사장은 “내가 조직을 경영한다면 조 회장은 오너로서 폭넓게 사람을 경영한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박 사장이 붙들고 있는 화두다. 화엄경(華嚴經)의 중심 사상인 일체유심조는 말 그대로 모든 일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란 의미다.
박 사장은 부인 최선옥씨의 영향과 더불어 구암사 주지 북천스님 등 지역 스님들과 인연으로 불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여전히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구암사에 올라 108배를 하고 명상에 잠긴다. 박 사장의 신심을 가까이서 지켜본 북천스님은 ‘지설(池雪)’이라는 법명을 지어줬다.
박 사장은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이도록 눈이 온다해도 연못은 눈에 덮이지 않고 생명들에 물을 나눠주듯 베풀며 살라는 뜻이 법명에 담겨 있다”며 “바쁜 일상속에서도 스님의 말씀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가의 가르침 때문인지 박 사장에게선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다”는 그의 말은 맥키스컴퍼니 사장으로 일궈낸 성과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2010년 3년 임기로 사장직에 오른 뒤 2013년 연임에 성공해 올해 임기 막바지에 다다랐다.
박 사장은 “취임 초기엔 회사와 새로운 업종에 대한 파악을 하고 재임기간 매출증대 및 지역사회와 교감을 확대하는 등 사장으로서 본격적인 업무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도 계속 사장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향후 임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건방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변신= 삶의 절반가량을 언론인으로 산 사람이 기업의 대표로 옮아간 건 지역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박 사장은 세간의 우려와 의문을 걷어내고 언론인에서 경영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기자의 직관을 꼽는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하고 기사를 생산하다보니 직관과 빠른 판단력이 배가됐고 객관적인 시각과 인적 네트워크도 강점이다. 고집 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며 경청의 자세를 보이는 것도 경영인에 요구되는 자세다.
박 사장은 “기자생활 외에 언론사 경영에도 참여했던 나로서는 그러한 이력들이 기업을 경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사장이라고 지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을 믿고 그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주고자 했다”면서 “신뢰의 조직문화를 토대로 한 업무위임은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가능케 하고 성과창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부언했다.
▲저녁= 27년 언론사에 몸담았던 시간 자기생활이란 건 없었다고 박 사장은 말한다. 한창 일할 나이였고 회사의 높은 기대에 눈코 뜰새 없이 일에 몰두했다.
박 사장은 “일에 얽매여 집안일은 물론 아내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도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해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지역 향토 주류기업의 대표로 산 6년도 바쁘긴 매한가지였지만 이젠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긴다.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세 자녀에게 전해졌다. 가족과의 저녁은 가장 큰 행복이 됐다.
박 사장은 “나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 나아가 회사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게 바로 맥키스컴퍼니의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활동”이라며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의 대표로서 지역사회와 맥키스컴퍼니의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태 사장= 1957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대전고와 한남대를 졸업하고 1982년 대전일보에 입사해 27년간 영업, 관리, 기자를 두루 거쳐 임원으로 근무하다 2009년 전무이사로 퇴사했다. 이후 학업에 전념해 2010년 12월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그해 12월 22일 맥키스컴퍼니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정리=문승현 기자
사진설명=1.맥키스컴퍼니 집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2. 2016년 1월1일 오전 11시 11분 11초 대전 엑스포다리에서 맥키스컴퍼니 주최로 열린‘에코-사이언스 대전 알몸마라톤대회’에서 박근태 사장이 웃통을 벗은 채 달리고 있다 3. 박근태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이 고교 2학년 수학여행 때 설악산 흔들바위 앞에서 친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4. 박근태 사장(앞줄 가운데)이 고교 3학년 시절 친구들과 교문 앞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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