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교육계는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 얼마만큼 허용되는지, 누가 조심해야 하는 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대학과 학교들은 설명회를 개최하고 매뉴얼을 보급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에 나서야 하는 초,중,고의 경우 여전히 하루에 20여건 안팎의 문의가 교육청에 쏟아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각종 부조리한 관례들이 이번 기회로 개선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환영의 목소리도 높다.
여전히 혼란을 거듭하는 부정청탁법 이후 교육계의 현장을 들여다 본다.<편집자주>
교육부는 지난 14일 관행처럼 이뤄지던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의 비공식 논문심사비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대학에 통보했다.
본격적인 논문 심사 시즌을 맞아 논문심사를 위해 교수들에게 금품전달·식사 접대 등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심사를 앞둔 대학원생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제공해온 거마비 명목의 현금이나 선물, 식사접대를 하지 않아도 돼 당장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육박하던 금전적 부담은 덜게 됐지만, 이럴경우 누가 외부 심사에 나설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상당수 교수들이 외부 논문심사에 난색을 표하면서 대학원생은 심사진 모시기 삼만리에 나섰다.
대학가의 염려는 이뿐 아니다
취업철을 앞두고 있지만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당장 지도교수들 입장에서는 제자들의 취업을 부탁할수가 없게 됐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의 평가 대상이라는 이유로 캔커피 한개도 제공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교수사회에서 학생들과의 상담 자체를 꺼린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교수들의 외부 강연비 제한으로 각종 연수원들의 강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동안은 해당전공 분야의 교수들을 위촉해 강의를 진행했지만 지난 9월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예정됐던 교수들의 강연은 대부분 취소됐기 때문이다.
초, 중, 고교의 혼란도 마찬가지다.
부정청탁법 시행이후 대전교육청에는 하루 20건 안팎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스승의날 카네이션이나 현장학습때 교사에게 제공하던 도시락도 청탁금지법 대상이라는 말에 일각에서는 교단 전체를 부정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라는 탄식도 나온다.
학부모와 교사간의 만남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래서야 원할한 학생 상담이 이뤄질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그동안 당연시 여겨지던 각종 관행들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유병로 대전교총회장(한밭대 교수)은 “청탁과 부탁의 애매한 규정으로 인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나 학생과 교원, 학생과 학부모간의 만남 자체를 지양하는 문화가 팽배해진 것은 문제”라며 “그럼에도 청탁금지법은 우리사회를 혼란하게 했던 각종 관행을 뿌리뽑는다는 점에서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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