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후 미르, 우병우 등으로 도배
지역 주요 현안 점검도 실패한 반쪽국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여당의 보이콧으로 일정이 미뤄진 법사위·정무위·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를 제외한 11개 상임위의 감사가 종료되면서다.
20대 국회는 개원 당시 ‘일하는 국회’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꽃이라 불리는 20대 국회 첫 국감은 ‘반쪽 국감’에 그치고 말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씨 의혹 등이 국감의 모든 것을 삼켰기 때문이다. 국감에서 주로 다뤄야 할 정책·민생문제는 실종됐고, 대전·충청지역 주요 현안점검 기회도 사라져버렸다.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에만 열중한 결과였다. 전국 각 분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20대 국감 성적표에 낙제점인 F학점을 매겼다.
국감은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대한 반발로 국감 참여를 보이콧하면서 야당만의 반쪽국감이 진행됐다.
일주일을 허비하다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로 정상화된 국감장에선 여야의 정쟁만이 가득했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씨 의혹 등에 대해 공격을 퍼부었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데 전력을 집중했다.
교문위에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매일 이어졌고, 법사위에선 고 백남기 농민의 외인사 논란과 부검 영장 발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 지난 6~7일 16개 시·도교육청에 대한 교문위 국감에선 교육 현장 문제점보단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일반 증인 채택공방으로 시간을 보냈다.
전국에서 모인 교육수장들은 입 한번 열지 못한 채 여야의 공방을 지켜보다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낮엔 파행이 이어지고 밤에 부랴부랴 감사에 돌입하다보니 ‘주파야감’이라는 조롱 섞인 신조어까지 나왔다.
야당이 최순실씨와 차은택 감독을 증인으로 세우려했지만 여당이 안건조정절차를 내세워 이들의 출석을 막는 등 주요 증인 출석이 불발되면서 ‘증인 방탄 국감’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지역 주요기관들은 국감 무대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감 초기 여야 정쟁으로 진행하지 못한 중앙기관들의 감사 때문에 대전시와 세종시, 대전경찰청 등이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과 세종 행정수도 이전, 학교 급식시설 문제, 경찰 고위직 인사 충청권 홀대 등 지역 주요 현안들의 정치권 공론화는 물거품이 됐다. 내년 국감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진행되는 만큼 현 정부에서의 마지막 현안 점검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들의 꼴불견행태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허위 주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여전했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교문위 국감 도중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에게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고, 더민주 어기구 의원은 산자위 국감에서 최동규 특허청장 아들의 취업 청탁 의혹을 제기했지만 동명이인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나기도 했다.
20대 국감이 F학점을 받으면서 일각에선 정기 국감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한편 상시 국감·청문회법 도입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여야는 오는 21일 예정된 운영위 국감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증인 출석을 놓고 또 한 번 격렬한 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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