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상처가 주는 지혜

[공감 톡] 상처가 주는 지혜

  • 승인 2016-10-14 00:01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 MBC뉴스 화면 캡쳐
▲ MBC뉴스 화면 캡쳐


아얏!
쓰레기봉투를 버리려다 갑자기 뜨거운 통증이 스쳤다. 쓰레기봉투가 닿은 다리엔 피가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냥 아프다 정도가 아니라 뜨겁다라고 느껴지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쓰레기봉투를 뚫고 뾰족하게 고개를 쭉 내밀고 있는 반짝거리는 뭔가가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일단 다리를 타고 흐르는 적지않는 피를 어떻게든 수습해야 해서 집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마침 하교를 하던 딸이 엄마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서둘러서 함께 집으로 들어 온 딸은 알아서 구급상자에서 소독약과 연고, 반창고를 챙겨왔다. 소독약으로 씻어내니 깊게 파인 상처가 눈에 들어온다. 한 눈에도 꿰매야 할만한 상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 다 그렇듯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저 상처를 단단히 끌어당겨 반창고를 붙이는 것으로 치료를 끝냈다. 상처가 잘 아물든 못 아물든 그건 내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나저나 도대체 쓰레기봉투 안에 그 반짝이던 게 무엇인지가 온통 내 관심사였다.

아! 며칠 전 내가 실수로 깨뜨렸던 유리병을 남편이 도와준다고 싸서 버리더니 그것이 화근이었다. 당연히 나와 같이 안전하게 버렸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확인을 안 하고 그냥 두었던 것이 이리 피를 보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급했다. 환경미화원께서 손대기 전에 어서 치워야만 했다. 이대로 쓰레기봉투를 둔다면 쓰레기를 수거해 가시는 환경미화원들께서 다칠 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인해 많은 환경미화원들이 크게 다치시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 접한 적이 있었다.

나는 테이프를 챙겨 딸을 데리고 다시 쓰레기봉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주변에 종이박스를 찾았다. 왜냐하면 유리조각을 막아내기에는 종이박스의 두꺼운 종이가 적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작은 상자를 찢어 삐져나온 유리조각에 딱 대어 보는 순간 그 자그마한 유리조각은 ‘그깟 종이로 나를’ 라고 비웃듯 두꺼운 종이를 뚫고 얕잡아 본 나의 손가락에 또 한번 상처를 입혔다.

‘아~ 이렇게 두툽한 종이도 뚫고 나올 정도니 얼마나 위험한가! 이것을 환경미화원이 무심코 들다간 손이고 팔이고 크게 다치는 건 당연한 일이겠구나’ 고 생각하니 정말 아찔했다.

종이박스 두 조각을 겹쳐 대고서야 유리조각을 감당할 수 있었고 집에서 가지고 나온 테이프로 쓰레기봉투와 종이박스 조각에 몇 겹을 두르고 나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예전에 나는 대중목욕탕에서 유리조각에 심하게 발을 베인 적이 있었다. 목욕탕 주인은 어제 온 손님 중에 음료수 병을 깨뜨려서 치운다고 치웠는데 조각이 남았었나 보다며 혹시 이 일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고개가 떨어지게 숙여 사과를 했었다. 그렇게 유리조각의 무서움을 겪은 후 나는 유리를 버릴 때 꼭 신문지에 안전하게 몇 겹으로 싸서 버리는데…….

나에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면 환경미화원이 크게 다칠 뻔 했다. 나만 괜찮으면 남은 어찌 되든 괜찮다는 생각은 남뿐만 아니라 내 자신에게 또한 위험한 일이다. 남들이 그리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나에게도 피해가 돌아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혼자가 아닌 남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80세의 아주 훌륭한 랍비가 죽음이 가까웠음을 알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의 제자들은 “선생님, 왜 우십니까? 선생님께서는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셨고, 자선을 베푸셨으며 이 나라에서 존경받는 삶을 사셨는데요” 라고 묻자 랍비는 “만약 사는 동안 너는 남들과 섞여서 잘 살았느냐? 라고 하나님께서 물으신다면 ‘아니오’라고 밖에 대답할 말이 없네. 그래서 울고 있다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무리 훌륭한 학문과 인격을 갖추고 있는 자라 할지라도 세속에서 자신을 격리시킨 채 10년 동안 학문을 익히고 자기 수양에만 전념한 자라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며 용서를 구할 만큼 큰 죄악으로 여겼다 한다. 그만큼 유대인들은 사람들과 조화롭게 사는 사회생활을 중요시 했다.

공자도 ‘인자애인(仁者愛人), 어진 사람은 남을 사랑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모든 사람이 나와 더불어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면 많은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고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을 것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안겨줄 뿐 아니라 자신 또한 좀 더 평탄하게 살 수 있게 한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다른 사람부터 배려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쓰레기를 버리면서 생긴 상처 덕분에 딸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게 되어 기뻤다. 위험한 것은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되며 그것이 남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게 하였다. 쓰레기를 버리는 작은 일이었지만 이 일로 인해 남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작은 지혜를 익혀가는 것이 살아가는데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에게는…….


/김소영(태민) 시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3.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