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 제1장 처음에 나오는 구절이다.
“孔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人不知而不溫이면 不亦君子乎아!”
(배우고 때에 익히니 기쁘지 아니하냐?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참으로 군자가 아니겠는가!)
전 세계 부(富)의 90퍼센트 이상은 세계 인구의 약 0.1 퍼센트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근대 민주주의가 도래하기 전에 그 0.1 퍼센트는 왕과 귀족 이었다. 과거 부자와 왕, 귀족들은 신분제도를 만들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과거의 부자와 현대의 부자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인문학’을 정독했다는 사실이다. 과거는 차치하더라도 근대사의 국내 재벌이었던 삼성그룹의 이병철, 현대그룹 정주영, 대우건설의 김우중씨 등은 잘 알려진 고전 인문학의 책벌레들이다. 이 가운데 이병철씨는 아침에 서재에 들어가면 책에 파묻혀 저녁이나 먹으로 나올 정도로 고전 인문학을 즐겼다고 한다.
저 유명한 세계적인 사업가 ‘셸비 데이비스’는 서른여덟살이던 어느 날 공무원을 그만두고 월 스트리트로 향했다. 이유는 전업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서는 공무원 철밥통을 버렸다고 미친 짓이라며 말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데이비스는 처음 5만달러로 투자를 시작했다. 그 후 45년이 지난 뒤 5만 달러는 놀랍게도 1만 8000배로 증가하여 9억 달러가 되었다.
그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형적인 학자였다. 따라서 주식이나 펀드니 하는 것에는 관심 자체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월 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자중 한 명이 될 수 있었을까 ……?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다른 전업 투자자들과 비교할 때 차원이 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것은 ‘인문학 독서‘였다. 그는 아들과 손자에게 늘 이렇게 말 했다고 한다.
“회계는 언제라도 독학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특별한 사람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철학과 문학, 신학은 네가 투자를 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배경이 될 것이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지. 투자를 하고 나면 죽도록 신에게 기도해야 한다.”
셸비 데이비스의 아들과 손자는 그 말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의 아들과 손자는 이제 모두 월 스트리트의 전설이 되었다. 데이비스 가문은 월 스트리트에서 전설의 투자가문으로 불린다.
그리고 ‘셸비 데이비스’ 이 외에 벤저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조지 소로스, 피터린치, 앙드레 코스톨라니 등의 세계적인 대 재벌들이고 한결같이 인문학을 완전 정복한 책벌레들이다.
21세기는 이른바 문․사․철(文學, 歷史, 哲學)트랜드시대로 불린다. 그러나 그간 인문학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기는 없었다. 인문학은 세상과 인류를 행복하고 풍요롭게 발전적으로 진화시켰던 가치관이며,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나침판 같은 안내서이다.
최근 아시아와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확대된 한국어와 k-팝, 드라마, 김치음식 등 한류 열풍은 한국을 알리고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지난 고대 농경사회와 신이 중시된 중세를 지나 인문학은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인간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고전과 예술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 인문학은 점점 발전하게 된다.
소설과 드라마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최인호의 ‘상도(商道)’에서 거상 임상옥은 작품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사는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급변하는 문명의 물질속에서 명예와 부(富)를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숨 가쁘게 달려 왔는가? 과연 사람답게 살아 왔는가? 다 같이 반성해볼 일이다. 앞으로 푸른 하늘에 머리를 풀고 사람 내음이 솔 솔 풍기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이런 달콤하게 꿀과 엿기름이 주르륵 흐르는 항아리단지가 바로 ‘인간학’이며, 이 인간학의 근원이 바로 ‘고전 인문학’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김우영(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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