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그러면 대학이 이루고자하는 '명예'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명예는 “그 과정과 결과물이 대중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만큼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그리고 명예는 후손이나 가문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이 반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명예는 '정직'으로 표현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제시간에 맞춰 수업시간에 출석하고, 정신 바짝차려 강의를 듣고, 제 힘으로 과제물을 해내고, 시험은 자신이 준비한 만큼 능력껏 답안을 작성해 평가를 받고, 친구들과는 신뢰와 의리로 대하고, 기타 모든 학교에서의 행동들에 있어서 남의 노력이나 희생을 무단으로 취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나가는 행위야말로 가장 바람직스러운 학생의 태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명예스러운 학교에서의 태도는 사회로 직결되며, 사회생활에서도 그같은 명예로운 자세로 매사에 임한다면 사회 역시 건강하고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해갈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들에게 사회에서 활용할 지식전달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 명예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기본소양을 갖추게 하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책임감을 매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명예'는 '자존감(自尊感)'하고 통하는 개념이다. 스스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명예' 역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기성세대가 볼 때 학생들이야말로 그 젊음이 값지고, 그 시간이 귀하며, 또한 그 진취력이 가상한 보물단지가 아닐 수 없다. 귀한 광물의 원석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다듬고 잘 닦아서 광을 내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백배 천배 더할 수도 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는 이번 학기 소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른바 '명예강좌'이다. 내년 전면실시를 앞두고 우선 교수님들의 '자원'을 받았다. 명예강좌란 교수와 학생이 한 학기 동안 함께 명예스러운 강좌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정시출석해 대리출석을 안하는 것은 물론 용모와 몸가짐도 단정히 한다. 레포트를 작성하거나 조별 발표수업을 할 때 남의 것을 베끼거나 자기의 몫을 소홀히하는 이른바 '무임승차'를 하는 일을 철저히 배격하고 시험 역시 무감독시험으로 치러서 '명예강좌'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명예강좌'는 물론 학생들만의 노력으로 되지는 않는다. 교수들도 수업시작 5분전에는 강의실에 와서 파워포인트, 빔프로젝트 등 강의시설의 작동유무를 점검하고 학생들에게 적절한 과제와 평가, 피드백을 반드시 해야 하는 등 많은 강의전후 준비가 필요하다.
아무런 인센티브도 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 일임에도 교수 40여 명이 '명예강좌'를 자원해 현재 실시중이다. 학기말에는 전체 참여교수들이 자신이 실행했던 '명예강좌'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상호토의 하는 시간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도출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전체 교수가 참여해 대학의 전체 강좌를 '명예강좌'로 이끌어볼 생각이다.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대학의 명예를 깨닫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학생들 스스로의 자각과 함께, 학교당국과 교수님들의 환경조성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학의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대학 한켠에서는 우리 대학 나름의 교육철학을 정립하고 그를 체계적으로 교육에 반영하고 또 평가하고 그것들을 기록해 우리 대학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대학에 전파시키겠다는 의욕에 찬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한 대학은 많은 문제점 도출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희망으로 계속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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