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화 청장과 고고학]'찍어서' 입학한 사학과 … 변기 닮은 돌보고 발굴현장 매료

[나선화 청장과 고고학]'찍어서' 입학한 사학과 … 변기 닮은 돌보고 발굴현장 매료

  • 승인 2016-10-11 12:03
  • 신문게재 2016-10-12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도초대석] 나선화 문화재청장

“사학과에 들어간 것은 '찍기 신공' 덕분이었어요.”

나 청장과 사학과의 인연은 '운명'이었다. 학과를 고르다 '어디를 갈까요~'로 무심코 찍었지만, 그의 막내고모부는 신채호 선생과 역사책을 만들었던 장도빈 선생의 아들이다. 이런 인연으로 발해, 고려와 고구려의 역사를 습득하게 됐고 이후 러시아와 교류가 이뤄지면서 11년 동안 발해 유적 답사를 지속하는 힘이 됐다.

나 청장은 집안에서 당시 여성이라면 당연히 이화여대를 들어가야 했고, 문과 계통을 지원하라는 '압력'에 눈 딱 감고 한 곳을 지명한 것이 바로 사학과였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 문구(욥기 8장7절)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발굴 현장에서 나 청장의 활약은 남달랐다.

“이미 역사서 대부분을 탐독했던 터라 문헌중심의 고고학은 너무 무료했어요. 당시 경주 안압지 발굴을 위해 한학기 비웠던 교수님이 학기 말미 이상한 모양의 돌을 들고 강의실에 오셨죠. 교수님은 이 돌이 어떻게 사용됐던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에게 질문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어요. 한참 후에 침묵을 깬 교수님은 '내 생각에는 수세식 변기같아'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순간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8~9세기 신라에 수세식 변기라니? 순간 문헌이 아닌 유물 중심의 고고학에 매료됐어요. 이후 발굴현장에 대한 동경이 생겼고, 평생을 현장에서 보내게 된 출발점이 됐죠.”

나 청장은 안정이 보장되는 교수직 보다 현장에서 살았다. 발굴 업무가 주인 대학박물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박물관을 움직이는 주체는 연구원임을 강조했고 한국박물관협회와 큐레이터협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개념조차 없었던 큐레이터와 학예사 등 박물관 전문인 양성의 기초를 쌓은 명실상부 고고학계 산증인이란 역사를 쓰고 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1949년 서울출생
-상명여고, 이화여대 사학과 졸업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실 총괄 담당(1977년~2006년)
-한러 공동 발해문화유적 조사단 책임연구원 (1992년~1999년)
-한국 큐레이터 포럼 회장(2000년~2005년)
-한국박물관학회 이사(2004년~2011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2005년~2013년)
-한국문화공간 건축학회 이사(2006년~2011년)
-인천시 문화재위원(2005년~2013년)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길 상임이사(2004년~2013년)
-문화재청장(2013년~현재)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3.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4.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5.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1.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