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등 4만 919개 기관 적용…국민 일상 대변화 시작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한 출발점
권익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 필요”
대전에 사는 지자체 공무원 이모(46)씨는 최근 자신의 주말 계획을 새롭게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씨는 “평소 주말에는 골프장에도 자주 가고, 지인들과 함께 고급 음식점에 가는 일이 빈번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캠핑 등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직장인 등 국민 일상의 대변화가 시작됐다.
청탁금지법이 공직자들의 생활과 사회의 접대문화를 바꿔놓은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청탁·접대 관행은 부패의 주요 원인이자 공직사회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폐해로 인식돼 왔으나,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미비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 구현 대책의 하나로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후 시행의 결실을 맺기까지 약 5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행위에 대한 종합적인 통제장치인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청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을 마련하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기관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 각급 학교·학교법인, 언론사 등 총 4만 919개 기관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공무원으로 인정된 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 임직원과 각급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및 언론사 임직원은 법 적용대상인 ‘공직자등’에 해당한다.
청탁금지법의 주요내용은 ▲부정청탁의 금지 ▲금품 등 수수의 금지 ▲외부강의 사례금 수수 제한 ▲위반행위 신고 및 신고자 보호·보상 등이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의 수수가 금지된다.
공직자등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요청받은 외부강의시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누구든지 청탁금지법 위반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그 위반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이나 감독기관, 또는 감사원이나 수사기관, 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다.
이같은 청탁금지법 시행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자 대한민국의 청렴 역량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권익위는 기대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시작되고 대전시와 충남도 등 지자체, 정부세종청사 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접대문화가 사라지면서, 고급 음식점보다는 구내식당 및 저렴한 음식점 등을 찾는 분위기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무원들이 대부분 구내식당이나 백반집 등 저렴한 식당을 찾고 있다”면서 “지역 공직자들 일상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성영훈 권익위 위원장은 “다음 세대에 청탁이나 접대 없이도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청탁금지법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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