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이제부터 뭐하나 싶다”라며 한 시즌을 일찍 끝낸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5승만 더 했으면 되는데 아쉽다. LG와 우리의 차이는 결국 외국인 차이였다. 우리(서캠프)는 1승(선발승)도 못했고, LG(허프)는 7승을 했다. 둘이 바뀌었으면 어떻게 됐겠나. 지난해 투수코치인 니시모토가 오늘 찾아왔는데 4월 투수 이야기를 하니까 어떻게 버텼냐면서 놀라더라”고 말했다.
한화는 시즌 전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결국 교체되고 말았다. 이후 대체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경험을 갖춘 에릭 서캠프를 선택했지만, 리그 적응에 실패하며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다른 두명의 외국인 투수도 기대치 이하였다. 한화는 올시즌 내내 부상선수들로 제대로 된 선발진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시즌 초반 선발진이 붕괴되면서 경기 운영 자체에 애를 먹었다.
김 감독은 올 한해 열심히 해준 선수들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시즌 중 1패가 마지막에 크게 돌아온다. 5패를 어디서 했느냐 문제다. 하지만 올해 전력을 볼 때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시즌이 끝나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팀은 성장했다”면서 “특히 김태균은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전 경기를 뛰어줬다. 요즘도 허리를 숙이면 아파하지만 그래도 경기에 나가고 있다. 그런 의식이 한화로서는 크게 성장한 것이다. 선수 개개인이 성장했고, 강해졌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올시즌 내내 선수 혹사와 퀵후크로 대변되는 경기 운영 등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김 감독은 “박정진, 송창식, 심수창이 잘해줬다. 팀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정상적으로 했으면 이 팀 특유의 컬러가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면서 “9회까지 악착같이 쫓아다니는 겨기를 한 게임도 못 했을 것이다. 무리수라도 쫓아다니면서 특색있는 한화라는 팀을 만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바깥에서 볼 때는 ‘왜 혹사를 하고, 무리를 시키냐’고 말하지만 그렇게 안 했으면 이 팀은 아무 쓸모없는 팀이 됐을 것이다. 거기서 선수들도 승부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을 많이 혼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작년하고 올해 나의 차이는 연습장에 서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라면서 “내가 나서면 두개의 지시가 가게된다. 코치들에게 맡겨보자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아쉬운 올시즌을 뒤로하고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윤규진, 이태양, 심수창이 올시즌 다시 살아났다. 이선수들은 내년이 긍정적이다”면서 “막판 KIA와의 2연전을 모두 지고, LG와의 경기에 진 후 그때부터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내년 시즌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막판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다시 조금 분위기를 잡았다. 야구는 올해만 하는게 아니라 내년에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투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승부처에 피처가 없었다. 피처(에이스) 하나만 있으면 5~6연승 이어갈 수 있었을텐데 없으니까 5경기 내내 투수들을 모두 썼다. 로저스가 있었으면 이어갔을 것이다”면서 “내년에는 그런 피처가 올지 모르겠다. 지난번 조범현 kt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한화 투수들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는다. 투수를 바꿔도 똑같다’고 말하더라. 누가 올라와도 상대 팀에게 쉽게 느껴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하다. 중심 투수가 있으면 내년에 승부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