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이 신고 남발하면 무고죄 처벌”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1주일이 지나면서, 법을 어기는 사람을 신고해 포상금을 노리는 일명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가 활기를 띠고 있다.
‘란파라치’가 노리는 대상은 400만명에 달하는 공직자 등이다. 이들이 직무와 연관된 사람과 3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거나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주고받는 현장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 기관은 총 4만 919개다. 여기에는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6개, 정부조직법에 따른 중앙행정기관 42개, 개별법에 따른 행정기관 등 9개가 포함됐다. 또 260개 지방자치단체(광역 17개, 기초 226개, 시·도·교육청 17개)와 공직유관단체 982개, 공공기관 321개도 이번 법 적용 대상이다.
광범위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들의 위반사례를 신고하면 건당 2억원 한도의 포상금이 보장된다. 이에 따라 잘만 하면 억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란파라치’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사설학원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수강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란파라치’들은 각 관청 사무실 앞에 붙은 좌석 배치표를 통해 공무원의 얼굴과 이름, 직책 등을 확인한 뒤 세종시와 광화문 일대, 구청과 학교 주변 고급 식당을 추적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또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오가는 부조금도 감시 대상이다. ‘란파라치’ 양성학원의 수강생들은 이미 결혼식장 등에서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예행연습에 들어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 A씨는 “거액의 보상금이 걸리면서 청탁금지법 위반사항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란파라치를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말은 안 해도 일부 사람들은 란파라치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신고 포상금을 타내려는 ‘란파라치’의 기승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남발을 막기 위해 서면·실명으로 신고하도록 했고, 육하원칙을 채워 증거자료까지 첨부하게 하고 있다”면서 “란파라치라도 신고 요건을 갖춰 신고하면 막을 순 없다. 다만, 증거 없이 신고를 남발하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란파라치’들의 포상금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탁금지법은 고발인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3만원이 넘는 음식 접대라면, 고발인은 식당 영수증과 당사자 이름 등을 확보해야 한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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