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은 일부 신경은 쓰지만 “하던 대로” 당당
청탁금지법 시행 1주일째를 맞는 내포신도시 공직사회는 그야말로 꽁꽁 얼었다.
“시범케이스가 되지 말자”는 분위기에 따라 외부와의 모든 약속은 잡지 않았기 때문인데, 대신 동료 간 모임이 서서히 늘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하던 대로 해도 걸릴 것 없다”는 당당한 모습이 타 기관 공무원들과 대조된다.
5일 내포신도시 각 기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내부 지침으로 외부인과의 약속이 전면 금지됐다.
충남도청과 충남교육청은 그야말로 외부 약속이 제로다.
도의 한 공무원은 “‘시범케이스가 될 만한 일이나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만들지 말라’는 지침이 위에서부터 내려왔다”며 “비공식적으로 일부 팀장 등은 ‘아예 더치페이나 업무 연관성 등을 고민할 필요 없이 외부인과 밥도 먹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교육청 역시 비슷한 지침을 내린 상태로 일부 직원들은 외부인과 전화통화나 말조차 잘 섞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충남개발공사나 충남문화재단 등 도 산하기관과 언론사들 역시 외부인과 접촉을 끊었다.
대신 동료 간 회식이나 간단한 식사 자리가 늘고 있다.
각 기관 모두 팀원과 동기 등 동료들끼리만 식사를 하고 과장부터 막내 직원까지 참석하는 저녁 부서 회식도 오랜만에 부활했다.
도의 중견 공무원은 “그동안 서로 외부 약속을 잡아 뿔뿔이 흩어지곤 했는데 매일 팀원들과 밥을 먹으니 우애가 깊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막내 직원들은 곤욕일 것”이라는 농담조의 얘기도 건넸다.
내포신도시의 범위가 넓지 않는 탓에 음식점에서 아는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는 경우도 많은데, 서로 직장 동료 외에는 술을 권하지도, 합석하지도 않고 있다.
도교육청의 한 공무원은 “예전 같으면 서로 술잔이 오가고 합석하며 시끌벅적한데다 서로 술값을 내겠다고 계산대에서 다투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아는 사람을 만나도 술값을 떠나 술 한 잔도 주고받지 않고 눈인사만 하고 있다”며 “서로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충남경찰청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외부 약속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술자리에서 3만 원 상한선만 조심하면 되고, 그동안 지내온 것처럼 업무를 추진하거나 사회활동을 하면 걸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해석이다.
한 고위 경찰관은 “급 위축된 타 기관 공무원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청탁금지법에 얽매여 외부와 단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찰관은 “청탁금지법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법인카드로 접대들을 하고 청탁하고 다녔으면 이렇게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졌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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