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철 천안고용노동지청장 |
취업난도 심각하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 질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고용절벽 앞에 서 있고, 현재를 책임지고 있는 중장년 근로자들은 조선업종 구조조정 등으로 이미 일자리를 잃었거나 잃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
현재와 미래 모두 먹구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0대 국회 첫 날 다시 발의된 노동개혁 4법이 국회가 개원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노동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저성장-저고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고,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다. 상위 10% 대기업(공공기관)의 정규직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간 격차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소득분배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려면 우선 정규직 고용을 막고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두 가지 측면을 개선해야 한다.
첫째, 연공급 임금체계와 같이 직무내용과 능력을 감안하지 않는 낡은 인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직무내용이나 능력과 관계없는 인사 관행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기업들이 근속년수 증가에 따른 인건비 증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규직 고용을 기피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둘째, 주요 노동시장 규범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노동시장 규범의 법적 불확실성은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 뿐 아니라, 기업체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규직을 고용하는 대신 비정규직, 외주·하도급 등에 더 의존하게 하는 등 비정규직 확대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통상임금·근로시간 관련 규정은 그 모호성으로 인해 법적 분쟁과 갈등이 지속되는 등 시급히 개정할 필요가 있겠다.
연공형 임금체계를 탈피하여 직무중심의 임금·인사 관행을 확대하고, 산업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정규직 고용이 늘고 격차가 완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지침 확산과 노동개혁 입법의 조속한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개혁은 지름길을 막고 있는 담을 허무는 일과 같다. 담을 허무는 일은 당장은 번거롭고, 담 뒤에 있는 길이 정말 지름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장의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망설임을 극복하여 담을 허물면 우리 뒤를 따라오는 이들은 목적지를 멀리 돌아갈 필요 없이 지름길로 곧장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동개혁'이라는 말은 어떤 이에게는 나와 관계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노동자이거나 아니면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장이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어떤 것으로, 대부분 노동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노동개혁은 바로 지금 이곳 그리고 내 문제인 것이다. 내가 서있는 이곳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 어떤 노동개혁이 필요한지 독자들도 한번쯤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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