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여도지죄(餘桃之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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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여도지죄(餘桃之罪)

  • 승인 2016-10-04 13:19
  • 김용복 / 극작가김용복 / 극작가



여도지죄!

같은 행동(行動)이라도 사랑을 받을 때와 미움을 받을 때가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비유(比喩ㆍ譬喩)하는 말로 여도담군(餘桃啗君)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위(衛)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있어 왕으로부터 대단한 총애(寵愛)를 받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그 어머니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자하(彌子瑕)는 허락도 없이 왕의 수레를 몰아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위(魏)나라 법에 왕의 수레를 몰래 쓰는 자는 월형(刖刑)(발을 자르는 엄한 형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자하(彌子瑕)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말했다.

“효성이 지극하구나, 어머니를 생각한 나머지 월형을 당한다는 것을 잊었구나.”라고 말하면서 그를 용서(容恕)하였다.

그 후 어느 날 미자하(彌子瑕)는 왕과 과수원을 거닐고 있었다. 미자하는 복숭아 한 개를 먹다가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먹다 남은 것을 쪼개어 왕에게 드렸다. 왕은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제가 먹을 단맛을 잊고서 나를 주다니” 하면서 흐뭇해 했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彌子瑕)가 늙고 왕도 늙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3년을 넘기기 어려운 것. 이들의 마음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미자하의 자태가 점점 빛을 잃었고 왕의 총애(寵愛)도 점점 엷어갔다.

어느 날 미자하가 왕에게 아주 작은 죄를 짓게 되자 왕이 말했다.

“이놈은 언젠가 과인 몰래 내 수레를 탔고, 또 언젠가는 먹다가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였다”고 말하며 미자하(彌子瑕)를 처벌(處罰)했다.

미자하의 행동은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총애를 받을 때는 어질고 효성이 지극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총애를 잃었을 때는 벌을 받았던 것이다.

이 고사 여도지죄(餘桃之罪)! 애증(愛憎)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교훈.

법(法)은 드러내야 하고, 술(術)은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한비자(韓非子)가 기원전 약 280∼233년에 외친 이 말.

한비자는 왕과 미자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한 뒤에 애증이 바뀌었기 때문에 앞에 칭찬받았던 일이 나중에 질책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촌평을 달았던 것이다.

사랑할 때의 잣대와 그렇지 못할 때의 잣대 기준은 이처럼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것. 이 진리를 깨닫는 자만이 훗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사랑할 때는 코를 풀어 전봇대에 문질러도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차분한 마음으로 바라보라!

과연 길거리에 코를 풀어 전봇대에 문지르는 모습이 아름다운가를.

정치인들이여!

뇌물을 바치고 손바닥 비비며 접근할 때는 한없이 좋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뇌물로 인해 지옥으로 가고 있는 자들을 생각해 보라.

명심하라 이 말, 여도지죄(餘桃之罪)!

가슴에 새겨라 이 말. 여도담군(餘桃啗君)!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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