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화환 줄고, 골프장 예약 취소 ‘울상’
지역 축제 현장,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북적’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첫 주말, 국민 일상의 대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황들이 지역 사회에서 벌어졌다. 청탁금지법이 대한민국의 주말 풍경과 접대문화를 바꿔놓았다.
주말을 맞은 예식장의 화환은 크게 줄었고, 지역 골프장은 가을 성수기 임에도 연이은 예약 취소로 울상을 지었다.
반면, 청탁금지법과는 연관이 없는 지역 문화축제 현장 등은 평소보다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우선 가장 눈에 띄게 변화된 곳은 예식장의 풍경이다. 주말 결혼식장은 분위기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법 시행 이전 예식장을 가득 메웠던 화환 행렬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됐다.
대전 서구에 있는 한 결혼식장 주인은 “청탁금지법 시행 첫 주말부터 축하 화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법 시행으로 서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동안 있었던 두둑한 축하 봉투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청탁금지법에서 경조사비 상한액이 10만원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결혼식장을 찾은 한 하객은 “평소 친하게 지내서 밥을 산다는 마음으로 축하금을 두둑하게 전하려 했지만,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에 10만원 이하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접대 골프가 사라지면서 지역 골프장도 주말 예약률이 30% 정도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한 중견기업 홍보팀 직원은 “그동안 주말이면 새벽부터 접대성 운동(골프)을 나갔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과거와 다르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라 ‘연기ㆍ취소’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공직자들도 평소보다 몸을 움츠리고 있다. 골프 약속은 물론, 식사 약속도 거의 취소하는 등 ‘조용하게 지내고 보자’는 분위기다. ‘각자 내기’ 골프나 식사를 해도 문제될 게 없지만, 괜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법 시행 이후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약속을 취소하고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등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회 분위기가 변화되면서 서민들은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 현장이나 캠핑장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주말을 맞아 대전(장동)에서 열린 코스모스 축제,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펼쳐진 ‘육군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 서산뻘낙지 먹물축제 등에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스모스 축제 현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는 “평소 주말에 골프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캠핑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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