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10개월 전부터 난 드럼을 배우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 드럼 치는 여자를 보게 되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그녀처럼 나도 신나게 드럼을 칠 수 있다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늦은 나이지만 더 늦기 전에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던 것이다. 쉽지는 않았다. 배울수록 템포는 빨라지고 그것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젊은이들보다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언젠간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마음대로 신나게 드럼을 치고 있는 내 자신을 상상하며 희망을 갖곤 한다.
오늘도 빠른 템포에 맞춰 힘겹게 드럼 연습을 하는 내가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선생님은 잠시 쉬었다 하자고 했다. 나를 가르치는 드럼 선생님은 20대 중반으로 스무 살인 내 아들보다 대여섯 살 많은 젊은이다. 나이 많은 진도 느린 아줌마를 가르치느라 힘들 텐데 그는 아들처럼, 나는 엄마처럼 살갑게 지내고 있다. 잠시 쉬는 동안 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동안 몰랐던 엄청난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에게는 한 살 많은 근육이 없어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형이 있다고 했다. 스스로 호흡도 할 수조차 없는 상태여서 6살 때부터 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했고 손가락과 눈동자만 겨우 움직이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형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요” 라며 평소 밝았던 그와 다르게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다.
“지금 형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그냥 누워만 있어? 정신 상태는 어때? 언제까지 살 수 있대?”
나는 갑자기 알게 된 사실에 놀라 한꺼번에 그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형은 천재에요. 하루 종일 컴퓨터를 통해 모든 정보를 받아드리고 있구요. 그나마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서 볼 마우스를 이용해서 글도 써요. 앞으로 10년 정도는 살 수 있을 거라구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그래? 희망이 아주 없는 건 아니구나.”
난 그에게 미국에 ‘레이 커즈와일’이란 사람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그는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이고 기업인으로서 현재 구글의 엔지니어링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1980년대에 이미 인터넷 웹과 3D프린터까지 예측 했던 사람이고 또한 그는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낸 발명가이기도 했다. 그가 했던 145개의 과학적 예측 중에서 126개를 맞춘 에디슨 이후의 최고의 발명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45년까지 여러 가지 과학적 발명 계획과 예측을 하고 있다.
그의 예측에 의하면 2020년 초에는 가상현실이 실현되며 10년 안에 고도의 과학발전이 될 것이라고 한다. 나노기술로 모든 장기 이식이 가능하며 줄기세포로 인해 물건을 조립하고 해체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개조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가상세계에서 살아갈 수도 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난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었다.
“내가 해 준 이야기를 형에게 전해. 희망을 갖고 지식을 쌓으며 조금만 힘내서 버티라고. 10년 후면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지금 나보다 더 형이 영향력이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지라고. 알았지. 꼭 전해. 형에게 희망을 줘.”
이 말에 나의 드럼 선생님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나와 우리가족은 항상 위로만 받았지. 이렇게 구체적인 희망을 주신 분은 없었어요. 감동적이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형에게 꼭 전할 게요. 저도 갑자기 희망이 막 생기네요. 형에게 전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려요”라고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어떤 분야에 많은 지식을 가진 이는 그 지식을 통해 실현 가능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발명가처럼 자신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레이 커스와일이 한 말이 진짜 다 이루어질지도, 또 진짜 이루어지게 되었더라도 그것이 좋은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줄기세포와 고도의 인공지능은 우리 인간들에게는 꼭 좋은 일로만 작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가능성 있는 과학적 예측은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이 되기도 할 것이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난 이들 형제가 새로운 희망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왜냐면 내 말을 귀담아 듣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희망을 얻는 것도 행복하지만,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보다 배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그의 반짝이던 눈동자는 나에게 평생 행복을 얻는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김소영(태민) 시인
▲ 김소영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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