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 DB |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디플레이션(Defation) 공포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엔 1210대이던 환율이 9월 초에 13개월 만에 1090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 지금은 조금 회복해 1100원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오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민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지갑을 닫고 살아 가뜩이나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시장마저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본받아 장기불황에 접어들었다. 소비가 줄면 생산이 줄어 기업 활동이 둔화되기 때문에 고용율이 떨어지며 물가도 동반 하락한다. 일본이 경영효율보다 사업규모 확대에 주력하는 외형중시 기업형태를 취하다보니 1980년대 후반에 3B현상(Boom, Bubble, Bust)이 나타났다. 198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치솟아 1990년에는 3배 가까이 상승했으나 경기위축으로 거품이 꺼지자 곧바로 3D현상(Deflation, Debt, Deleveraging)이 터졌다. 결국 잃어버린 20년은 정치와 기업의 탐욕으로 초래되었으며, 지속적인 장기불황의 핵심원인은 소비위축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는 강력한 소비위축을 초래함으로 장기불황의 늪이다. 1950년에서 1965년까지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5.7이었는데 2008년 이후 1.3이하로 떨어져 지금은 1.24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도 2016년에 정점을 찍고 급격히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아마도 2060년에 이르면 노령인구비율이 50%에 육박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들이미는 것은 참으로 무지한 소치이다. 30년이 지났지만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을 따라가지 말고 따라잡을 묘책을 강구해야한다.
이 상황에선 출산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대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0-14세 인구 비율인 노령화지수가 2010년에 68.0%에서 2015년에 95.1%로 급격히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 출산율 대책 200개에 80조원이나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이 10년 내내 부동의 세계 최하위이고 의료기술발달로 수명이 늘었기 때문이다. 관련부처가 너무 많아 뜬구름 잡는 허망한 대책으로 결국 재정만 낭비한 셈이다.
또한 향후 5년간 출산대책에 100조원을 더 쓸 계획이라는데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난임 부부에 시술비 지원, 남성 육아휴직수당 인상,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월40만원 지원 등 출산대책이 아니라 기업에 재정을 쏟아 붓겠다는 꼼수이다. 아기를 못 낳아 출산율이 떨어진 게 아니라 아기 낳기가 두려워 낳지 않는데, 한심하게도 정부는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과감히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버리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한다. 일본 아베수상이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하는 것처럼 사회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은 저출산 대책으로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여 10년 전엔 1.26에 머물던 출산율이 해마다 상승해 현재는 1.42에 이르렀다.
▲ 이완순 소설가 |
그래서 대한민국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올리며, 비정규직을 없애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회원국 중 제일 길다. 일본보다 무려 400시간이나 많아서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8시간 기준으로 보면 일본 근로자보다 년 50일을 더 일한다.
임금은 낮고 노동시간은 긴데 누가 아기를 낳겠는가? 그것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사회라서 자녀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불안한 미래로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바라는 것보다 헛된 망상은 없다.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발상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게 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다. 우선 국가가 돈을 풀어야한다. 1930년대 미국이 뉴딜정책으로 세계적 경제공황을 극복한 것처럼 공공사업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올리면 술술 풀릴 수 있다. 어설프게 설정한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땜질처방이 아니라 노동개혁을 단행해 청소년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일본을 뛰어넘는 정책을 수립해야한다.
신혼부부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하거나 비정규직제도를 없애 전 업종 정규직화를 단행한다면 결혼이 늘고 출산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해 효가 살아난다면, 조부모가 아이를 돌봐 보육비를 줄이고 사교육을 철폐해 교육비를 줄인다면 출산걱정이 모두 사라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을 피할 수 있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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