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따라가지 말고 따라잡자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따라가지 말고 따라잡자

  • 승인 2016-09-30 01:00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 사진=연합 DB
▲ 사진=연합 DB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디플레이션(Defation) 공포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엔 1210대이던 환율이 9월 초에 13개월 만에 1090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 지금은 조금 회복해 1100원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오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민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지갑을 닫고 살아 가뜩이나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시장마저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본받아 장기불황에 접어들었다. 소비가 줄면 생산이 줄어 기업 활동이 둔화되기 때문에 고용율이 떨어지며 물가도 동반 하락한다. 일본이 경영효율보다 사업규모 확대에 주력하는 외형중시 기업형태를 취하다보니 1980년대 후반에 3B현상(Boom, Bubble, Bust)이 나타났다. 198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치솟아 1990년에는 3배 가까이 상승했으나 경기위축으로 거품이 꺼지자 곧바로 3D현상(Deflation, Debt, Deleveraging)이 터졌다. 결국 잃어버린 20년은 정치와 기업의 탐욕으로 초래되었으며, 지속적인 장기불황의 핵심원인은 소비위축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는 강력한 소비위축을 초래함으로 장기불황의 늪이다. 1950년에서 1965년까지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5.7이었는데 2008년 이후 1.3이하로 떨어져 지금은 1.24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도 2016년에 정점을 찍고 급격히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아마도 2060년에 이르면 노령인구비율이 50%에 육박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들이미는 것은 참으로 무지한 소치이다. 30년이 지났지만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을 따라가지 말고 따라잡을 묘책을 강구해야한다.

이 상황에선 출산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대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0-14세 인구 비율인 노령화지수가 2010년에 68.0%에서 2015년에 95.1%로 급격히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 출산율 대책 200개에 80조원이나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이 10년 내내 부동의 세계 최하위이고 의료기술발달로 수명이 늘었기 때문이다. 관련부처가 너무 많아 뜬구름 잡는 허망한 대책으로 결국 재정만 낭비한 셈이다.

또한 향후 5년간 출산대책에 100조원을 더 쓸 계획이라는데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난임 부부에 시술비 지원, 남성 육아휴직수당 인상,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월40만원 지원 등 출산대책이 아니라 기업에 재정을 쏟아 붓겠다는 꼼수이다. 아기를 못 낳아 출산율이 떨어진 게 아니라 아기 낳기가 두려워 낳지 않는데, 한심하게도 정부는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과감히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버리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한다. 일본 아베수상이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하는 것처럼 사회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은 저출산 대책으로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여 10년 전엔 1.26에 머물던 출산율이 해마다 상승해 현재는 1.42에 이르렀다.

▲ 이완순 소설가
▲ 이완순 소설가

그래서 대한민국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올리며, 비정규직을 없애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회원국 중 제일 길다. 일본보다 무려 400시간이나 많아서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8시간 기준으로 보면 일본 근로자보다 년 50일을 더 일한다.

임금은 낮고 노동시간은 긴데 누가 아기를 낳겠는가? 그것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사회라서 자녀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불안한 미래로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바라는 것보다 헛된 망상은 없다.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발상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게 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다. 우선 국가가 돈을 풀어야한다. 1930년대 미국이 뉴딜정책으로 세계적 경제공황을 극복한 것처럼 공공사업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올리면 술술 풀릴 수 있다. 어설프게 설정한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땜질처방이 아니라 노동개혁을 단행해 청소년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일본을 뛰어넘는 정책을 수립해야한다.

신혼부부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하거나 비정규직제도를 없애 전 업종 정규직화를 단행한다면 결혼이 늘고 출산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해 효가 살아난다면, 조부모가 아이를 돌봐 보육비를 줄이고 사교육을 철폐해 교육비를 줄인다면 출산걱정이 모두 사라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을 피할 수 있다.

/이완순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