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
공짜가 좋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보편적인 생각이 우리를 ‘꼼수의 세상’에 가뒀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트라제’ 부식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뒷바퀴 프레임에 부식이 발견됐는데,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수리 해준다고. 그러나 수리까지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제보자의 전언이다. ‘무상수리인데 시간 좀 걸리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지만, ‘국민은 호구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트라제 부식’은 현대자동차의 아량 넓은 듯 보이는 꼼수다.
차체를 모두 뜯어내 차량 1대당 5일가량이 필요한 대공사라면 무상수리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트라제를 리콜하지 않았고, 무상수리를 받으라는 공식적인 발표도 하지 않았다.
불합리하다. 불공정한 처사다. 부식된 줄 모르는 트라제 운전자들은 늘상 위험천만한 상황에 내몰려 있는데,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오라 아량을 베푼다는 것은.
2007년 출시돼 현재는 단종된 트라제지만 중고차로 꾸준히 거래가 되고 있기 때문에 후속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비스센터는 본사 지침에 따를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대기자가 많다며 윽박지른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 본사는 왜 한 줄의 공지조차 하지 않는가.
트라제 부식 무상수리. 부식이 사고 원인이 되지 않는다면 두말없이 ‘호의’겠지만, 큰 실수를 덮으려는 일종의 수단이 된다면 ‘꼼수’에 불과하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무르는 대기업이라면, 국민의 생명부터 지키며 차를 만드는 윤리의식 정도는 갖춰야 한다. 차를 팔았다고 모든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에.
꼼수의 덫에 걸린 국민은 오늘도 트라제를 운전하고 있다.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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