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 |
온톨로지(Ontology)는 원래 사물의 존재 의미를 논의하는 철학적인 연구 영역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지식에 대한 이야기다. 읽는 내내 사상이나 철학적 기초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 '러브 온톨로지' 조중걸, 세종서적 刊 |
저자는'일반적으로 사랑으로 불리는 것들이 사실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는 매일 연인끼리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살고 있지 않는가? 또한 TV 드라마에서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나오지 않는가? 이것들에 대해 저자는 남녀 사이에 애정과 성적 요구는 있어도 사랑은 없다고 한다. 자식을 통해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망은 있어도 사랑은 없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웃에 대한 그것도 사랑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성급한 독자라면 저자의 마음보가 왜 이리 비비 꼬였을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 비관론자가 아니다. 사랑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우리와 다를 뿐이다.
여기서는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사랑에 대한 1차적인 정의다. 우리는 사랑과 관련된 듯한 많은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헌신, 자기희생, 친근감, 그리움, 애정, 질투, 실망, 분노, 등등.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아마도 사랑의 결과나 요소이거나, 사실은 사랑과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이지 사랑 자체는 아니다. 이것들을 다 합쳐도 사랑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느낌으로 이미 안다. 사랑은 이것들을 넘어서는 특별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 어쩌면 거기에 '사랑'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 외에는…. 따라서 우리는 사랑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 그것에 대해 마치 본질을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떠버리의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은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앞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이다. 그는 서양예술사와 수리철학을 공부하였고, 주요 저서로 '근대예술: 형이상학적 해명', '현대예술-형이상학적 해명',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 등이 있다. 저자의 광범위한 철학적 지식, 특히 현대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가 이 책의 밑바탕으로 여겨진다. 현대 철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저자의 주장에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현대 철학은 분석철학이다. 분석 철학은 논증할 수 없는 형이상학을 주제로 하지 않는다. 신이나 사랑은 형이상학의 영역이다. 그것들은 그 존재가 논증되거나 규명될 수 없다. 저자는 논증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사랑의 무의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어떤 현상들을 본다. 따라서 우리는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서의 사랑, 사랑 이외에는 무엇으로도 해명될 수 없는 어떤 마음과 행위의 경향을 가정해야 한다. 부처의 무상적 보시, 예수의 조건 없는 사랑,'죄와 벌'에서 소냐의 희생들은 현대 철학이나 과학으로 풀어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현대 철학으로 볼 때 인간의 삶은 세계 속에 매몰되어서도 안 되고 세계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확실히 현대 철학은 인간을 세계에 편입시킨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무의식과 물질에의 매몰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지성과 그 결과인 교양 역시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는 하나의 요소임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하나의 요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속에 편입된다. 단지 '인간답게'편입될 뿐이다. 즉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르다고 해서, 교양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양에의 추구가 세계에 포괄된 인간의 포괄의 조건이다. 그들과 다를 바 없지만 교양의 추구가 인간을 그들과 구분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신과 사랑에 대해 알 수 없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희구가 인간의 본질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모든 우연에 대해 우연 자체를 살자는 이야기다. 이것이 사랑을 위한 사랑이다.
사람은 세상과 일체가 되어야 하고, 동시에 사랑이나 지식과 같은 숭고한 그 무엇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것이 인간이 오랫동안 거울을 보면서 가꾸어 온 자신의 현재 모습이다. 이것은 고단한 삶 속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인류에게 저자와 현대 철학이 제시하는 나침판이다.
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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