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8일 대전시청 구내식당이 식사를 하는 직원들로 붐비고 있다. 반면 대전 서구 만년동의 한 식당이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청탁금지법의 모호한 내용에 위법 행위의 판가름이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약속은 커녕 대외 활동마저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전시청에 근무하는 A 사무관은 이번주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업무상 시 안팎의 다양한 계층을 만나야하지만, 청탁금지법내 직무관련성 개념의 모호함에 오해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기 때문.
A 사무관은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도 받고, 매뉴얼도 봤지만 정확하게 어떤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라며 “운신의 폭은 좁아지겠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별다른 수가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대외 업무가 많은 직렬의 B 서기관도 “시 사업 관련해서 기업 등 대외기관들을 직접 만나야하는 입장이나, 점심 등 자리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조심스러워서 전화 통화로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 산하 기관 등 국정감사를 대비해야하는 부서에서는 정보를 얻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국회의원실의 보좌진이나 중앙부처에서도 직무 관련성에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나 민원인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부서의 직원들은 평소처럼 행동하면서도 각별히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청탁금지법의 여파는 시청사 일원의 식당가에 때아닌 한파로 불었다.
외출을 꺼린 직원들이 시청과 시교육청 구내식당에 몰려들며 평소보다 더 긴 줄이 형성된 반면, 인근 식당에는 그만큼 발길이 줄은 이유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부서는 민원이 찾아오는 부서는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었다”며 “그래도 조심하자는 의미해서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청탁금지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 시간 시청사 인근 도로에는 전날보다 확연히 유동인구가 줄어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왔고, 평소 식사 후 커피를 즐기러 온 공무원들로 북적였던 커피숍에는 손님이 반토막 났다.
한 커피숍의 점원은 “평소보다 손님이 30%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라며 “공무원들이 움츠리는 정도가 아니라 한겨울 추위에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강우성·정성직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