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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대전지역의 한 동네 슈퍼마켓에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든 메디안 치약이 타사 제품과 섞여 비치돼있다. 성소연 기자 |
아모레퍼시픽 고객센터 전화 대기인원 밀려
대형마트 교환·환불 담당 창구도 한 곳뿐
동네슈퍼는 여전히 살균제 치약 비치 버젓이
28일 아모레퍼시픽 대전공장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담긴 메디안 등 치약 11종 생산을 중단했다. 전날 심상배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올리고, 교환·환불을 약속한 후속조치다. 문제의 제품들이 모두 회수되면 전량 폐기 처분된다.
이날 아모레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실상 교환·환불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다, 동네 슈퍼마켓에선 여전히 살균제 치약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고객센터는 사실상 먹통이다.
기자가 점심때를 피해 오전 중 전화 연결을 시도한 결과, 상담 대기인원만 29명. 몇 분 후 다시 시도했을 땐 ‘뚜뚜…’ 소리만 들렸다. 대전본부 상담 인력도 고작 한 명뿐이다.
마트에서 교환·환불하는 과정도 꽤 오랜 시간이 지체됐다.
이날 A 마트 서대전점은 오전부터 교환·환불을 하기 위한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담당창구가 한 곳밖에 없어 대기 시간만 족히 30분이 걸렸다.
동네 슈퍼마켓에선 가습기 살균제 치약이 버젓이 비치돼 있다.
동네 업주들은 회수 방침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은 바가 없어, 환불을 요청하는 소비자가 찾아올 경우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주와 소비자 간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대전사업부 측은 “대형마트와 달리 동네 슈퍼마켓의 경우, 도매상들이 납품해 회수 진행이 늦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끄럽지 않은 교환·환불 과정을 지켜본 소비자들은 ‘문제가 되니 일단 교환·환불하고 덮겠다는 의도로, 현재 관련 제품만 회수한다고 이번 사태가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담긴 11개 치약은 지난해에만 5000여 만개 생산됐다. 일각에선 몇 백명이 넘는 사상자를 불러온 옥시 사태를 떠올리며, 아모레퍼시픽 제품 전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동종업계인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등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괜한 불똥이 튈까 염려하면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사 제품들은 해당 유해물질이 없다는 입장도 강조하고 있다.
LG생활건강 홍보팀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살균제 치약 사태를 이용한 마케팅을 할 생각은 없다”며 “(매출 면에서) 별다른 영향을 받고 있진 않지만, 추후 어떻게 변화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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