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갑종 백석대 총장 |
경주 지진은 경상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 및 제주도 등 진앙지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그 진동이 감지되었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전 국민이 지진의 위력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구의 내부는 중심에서부터 핵, 맨틀,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지각은 거대한 판의 형태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어서, 이 판의 경계면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물론 판의 경계뿐만 아니라 판의 내부에서도 조금씩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경주의 지진은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진은 태풍과 같은 다른 재앙과 다르게 예측하기가 어렵고, 그 피해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한 특징이 있다. 2000년 이후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을 보면, 남아시아대지진(2004년, M9.1~9.3, 23만명이상 사망), 스촨성대지진(2008년, M8.0, 6만9227명 사망), 아이티대지진(2010년, M7.0, 31만명 사망), 도후쿠대지진(2011년, M9.0, 1만8182명 사망), 네팔대지진(2015년, M7.9만8000명 사망) 있다.
이들 대규모 지진의 피해결과를 보면 사망자 수는 지진의 규모에 비례하지 않고, 해당 지역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간의 힘과 노력으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앞에 닥쳐오는 여러 가지 재난 및 재앙은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는가에 따라 발생 빈도를 낮추거나, 또는 그 피해정도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오는 재난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전쟁 등도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전쟁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발생시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를 침략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니….
최근 국가적으로는 사드배치, 북한의 핵실험 등 우리나라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속출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근본적으로 존립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는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 참으로 진퇴양란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일수록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처럼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재난이라면 솔직히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대학문제에서 학령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대학정원의 감축을 의미하게 되고 결국 경쟁력이 없는 대학 또는 전공은 도태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연재난에서와 같이 대학/전공이 소멸하게 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최선의 준비라고 생각된다.
인구의 감소를 막기 위한 국가적인 출산장려 대책은 조속히 마련되고 시행되어야겠지만, 대학에서는 내부 구성원들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유지하면서,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유망한 전공을 좀 더 경쟁력있게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대학의 체질은 개선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좋은 대학으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닥쳐오는 재앙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는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하다. 어설픈 준비는 이익집단별로 분열되고, 소모적인 내부의 분쟁을 일으켜서 자멸로 이끌 수도 있다. 갑자기 닥쳐오는 지진 또는 지진의 여파로 몰려오는 쓰나미를 보고 공포에 떨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재난에 대비하여 대응책을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최갑종 백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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