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토론회]젊은 과학자에 힘을…장기적 안목의 연구시스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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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토론회]젊은 과학자에 힘을…장기적 안목의 연구시스템 만들어야

  • 승인 2016-09-27 20:32
  • 신문게재 2016-09-28 9면
  • 최소망·김대식 기자최소망·김대식 기자

27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노벨상 정책토론회 '노벨과학상! 기다림의 미학'에서 전문가들은 제1호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선 젊은 과학자에 힘을 실어주고, 장기적인 안목의 연구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과학자들에게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 현실은 너무 열악함을 지적했다. 실제 과거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30세 전후 신진연구자일 당시 도출한 연구 결과로 노벨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젊은 과학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연구에 투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단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진행하면 일부 연구자나 특정 분야만 발해 전반적인 연구 생태계 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보는 대한민국 첫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 한국연구재단 및 대덕특구 내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연중 기획물을 시작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주제발표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주제토론
▲박배호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IBS 나노입자연구단장)
▲이혜연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박문정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
▲임경순 포항공대 과학문화연구센터장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주제발표 :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재촉하기보단 꾸준한 투자로 기초과학 성과를 높여야 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선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벨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기초과학에 투자하자는 내용이지만 기초과학 정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며 “선진국의 일류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한국 기초과학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본질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국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개인에 투자하기보다는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우선”이라며 “아직 우리나라는 실험 인프라와 실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타 연구자'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스타연구자 한 사람에 의존적인 과학은 과학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 선진국과의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선진국을 무작정 따라가면 단기 성과를 기대하게 되고 그러한 정책은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진국의 전략과 문화를 배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김 교수는 국내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선 젊은이에 우선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정부의 리더십의 필요성, 정부의 역할 개선 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과학은 '논리와 실험으로 이루어진 긴 여정'이며 노벨상은 그러한 '역사의 축적으로 발생한 산물'이기 때문에 조바심을 가지고 재촉하기보다는 꾸준한 투자를 통해 기초과학 성과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토론

▲박배호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 박배호 교수
▲ 박배호 교수

“연구 활동에 매진하는 독창적인 연구생태계 조성해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국내 최초 노벨상 정책 토론회의 첫 주자로 나선 박배호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가 힘주어 말했다.

이날 박 교수는 '건강한 연구 생태계 조성, 유지 및 발전'을 주제로 대한민국 노벨상 수상자 발굴을 위한 연구 환경 개선을 역설했다.

발표는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우선 국책, 민간, 대학부설이 통합된 연구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학원 졸업생과 신진연구자들이 합리적인 경쟁을 통해 취직해 보람을 느끼며 연구 활동에 매진하는 저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량적 평가에 치중하지 않고 연구과제 선정률과 연구 과제 선정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단기적 집중 지원을 통한 스타과학자 양성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연구생태계를 조성해 우수한 연구자층을 두텁게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IBS 나노입자연구단장)

▲ 현택환 교수
▲ 현택환 교수

“초기 정착금과 풀뿌리 연구과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노벨과학상 정책토론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 교수는 우선 논문 수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환경이 잠재력 높은 연구자의 발전을 저해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교원 임용과 승진을 좌우하는 연구과제 평가 시 논문의 질 위주로 평가하는 시스템 구축 마련의 시급성을 주장했다.

또 자연과학 분야 신임 교원에게 '스타트업 펀드' 지원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과제를 지원해 글로벌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 교수는 “연구자가 직접 본인의 연구과제를 찾아내고 1년에 1억원 내외로 1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하는 연구비제도, 즉 풀뿌리 연구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과학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연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 이혜연 교수
▲ 이혜연 교수

“노벨상 수상을 위해 자체적으로 인재를 키워내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혜연 연세대 의대 해부학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 국내 과학계의 자체 경쟁력 제고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과학계 인재 대부분이 선진국에서 길러진 소위 '용병' 형태로 국한된 점을 지적하고, 서구에 인재 양성을 위탁하는 것이 아닌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이미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임상의학 분야와 비교하면 기초의학은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부분을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노벨상을 기대할 수 있는 척도는 바로 과학 인재의 국내 육성 가능성”이라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훈련이 가능하도록 대학원과 연구지원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문정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

▲ 박문정 교수
▲ 박문정 교수

“젊은 과학자가 고민해야 할 것은 매년 받아내야 하는 인건비와 연구비가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박문정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는 젊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연구비 확보 걱정에서 자유로운 일본을 예로 들며 아쉬워했다.

박 교수는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은 해당 연구 업적을 이루었을 때 나이가 대부분 40대였다는 점을 근거로 대한민국 과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또 박사후연구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 탓에 신진 핵심 연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은 뒤, 젊은 연구자가 꿈꾸던 연구에 열정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연구 환경 구축을 촉구했다.

박 교수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된 계기 역시 젊은 과학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젊은 과학자의 현재와 미래를 진솔하게 바라보는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경순 포항공대 과학문화연구센터장

▲ 임경순 센터장
▲ 임경순 센터장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성경의 마태복음의 글귀다.

포항공대 임경순 교수(과학문화연구센터장)는 이 문구를 인용해 과학 역시 결국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 즉 마태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말했다.

과학에서 작은 차이에 대한 보상은 과학 생산성과 과학적 평가에서 더욱 커다란 효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 우수 논문을 세계적인 저널을 출판한 특정 과학자는 많은 사람이 인용해 해당 논문에 대한 피인용지수는 계속 높아진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후 그 과학자는 세계적인 유명 교수가 되고 그 여파로 엘리트 학생들이 휘하에 몰리는 연결성이 생긴다는 부분을 밝히기도 했다.

임 교수는 “특정 국가와 기관에 집중되는 불평등 구조가 존재한다”며 “노벨과학상 수상 전략은 국가 브랜드 향상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 이광복 본부장
▲ 이광복 본부장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은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한 '정책'에 주목했다.

여섯 번째 토론 주자로 나선 이 본부장은 앞서 진행된 토론자의 발표내용을 되새기면서 국가와 연구지원기관의 역할을 언급했다.

현재 학부생(대통령 과학장학생)으로 시작해 석박인, 박사 후 과정, 일반연구자(신진·중견)를 거쳐 리더연구자(국가과학자·IBS)에 다다르는 5가지의 과정 속에서 생애 주기별 연구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 연구자 중심의 창조적 연구환경 마련을 위해 따라하기 연구가 아닌 창의적 연구와 실패를 용납할 수 있는 도전적 연구 지원을 마련하고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인 지원 체계의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은 “차세대 연구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이고, 국제협력 기반을 확대하고 전략적 협력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망·김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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