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해 3월 지역의 한 사립대학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논란이 일었다. 이 대학은 해당학과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개별면담을 실시해 A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알아냈고 이사회에 교수 직위 해제를 요청했다. 학교측은 비교적 빠르게 대처했다.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교수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죄를 감면받았다. 현행 사립학교법 징계 규정에 의해 벌금형은 파면이나 해임 등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A교수는 다시 강단에 서고 있다.
# 2= 지역의 한 국립대학교 교수 2명이 제자 4명을 성추행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이 교수들은 각각 벌금 300만원과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학교측은 직위해제 징계를 했지만, 이 교수들은 자신들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징계취소 행정소송을 벌였고,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다. 법적으로 벌금형은 죄가 인정된다는 처분이다. 형사처벌이 완료됐지만,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이 교수들은 다시 교단으로 돌아왔다.
성범죄 교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해야 하는 ‘비극’을 재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성범죄 교수에 대한 징계 규정이 강화되면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교단에 설 수 없게 됐지만 법적용 이전에 문제가 됐던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다.
개정 이전의 법 적용을 받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따른 또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 최근 3년간 전국의 144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 등 38개 대학, 47명의 대학교수들이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으며 이가운데 43%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고,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은 가해자가 잘못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관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들이 재학중인 가운데 가해교수의 복직은 피해자에게 또다른 위해가 될 수 있다
지역 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교수들의 성폭력이 단순 실수로 해석해 이같은 처분이 내려질 수 있지만, 피해자는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범죄”라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 성희롱이나 성폭력인지 인지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사전 예방 차원의 학생 교육등을 실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징계 규정이 강화되면서 학교에서도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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