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모(42)씨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14년 가게를 개업하면서 관할 구청에 허가받은 돌출간판 도로점용료 납부독촉 고지서를 받으면서다. 바쁜 나머지 납부를 하지 못한 신 씨는 이웃 상가 상인과 이야기 중 인근 상가 대부분이 도로점용료를 내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이웃 상가는 애초 돌출광고 허가를 신청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새 가게를 열면서 법 규정을 지키고 싶었던 신 씨는 억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신 씨는 “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꼬박꼬박 도로점용료를 내는데 신청하지 않은 곳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는 건 분명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허가 돌출광고 단속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대전 5개 자치구 중 중구에서만 단속을 실시하고 있어 대전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현재 중구에서만 ‘무허가 옥외광고물’ 양성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의 옥외광고물 전수조사 결과 돌출간판 7166개 중 6065개가 불법 광고물로 집계됐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돌출간판을 설치하려면 관할 자치구에 허가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많은 광고물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간판을 등록하면 매년 도로점용료를 지급하고 3년마다 연장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구는 이같은 불법 광고물을 지난 1월부터 단속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자치구가 현실적인 문제로 미뤘던 칼을 빼든 것이다. 중구는 불법 광고물 6065개 중 뒤늦게 허가신청을 낸 1410개를 등록하고 노후간판과 중복간판 1245개를 철거토록 했다.
그러나 중구에만 한정된 불법 광고물 단속을 시 전체로 확대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광주, 대구, 부산, 울산 등에서 양성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대전은 간판 허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약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자치구에 단속을 강제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 구청장 의지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내년부터 행정자치부에서 옥외광고물 단속 예산 일부를 준다고 하니 자치구의 참여를 유도해보겠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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