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내 암나무 1만 1000여그루…수나무 교체 작업 중
일부 자치구 미리 털어서 사전 차단 등 대응 나서
대전 중구 태평동에 사는 대학생 정모(26)씨는 집 주변 인도를 걸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뗐다. 노란 은행이 인도 위에 잔뜩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발밑에는 이미 터져버린 은행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특유의 냄새도 곤욕이다. 정씨는 “가을이 온 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냄새도 심하고 인도를 점령해 버리니 문제 아닌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매년 가을 인도 위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청객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매년 증가하는 은행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자치구는 대응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대전의 가로수 중 은행나무는 4만여 그루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은행이 맺히는 암나무는 1만 1000여 그루다. 자치구별로 동구는 1340여 그루, 중구는 1800여 그루, 서구는 3800여 그루, 유성구는 2530여 그루, 대덕구는 2000여 그루다.
가로수 관리와 관련 민원은 각 자치구 공원 담당 부서가 맡고 있다. 이미 떨어진 은행은 환경과에서 청소하고 있지만 가로수 담당 부서에서 민원 최소화를 위해 사전 차단에 나서고 있다.
가장 빠른 대응에 나선 자치구는 대덕구다. 구는 지난주부터 상가나 학교 인근 등 통행이 많은 인도를 중심으로 고소차를 이용해 높은 곳에서 은행을 떨어뜨리고 있다. 제각각 떨어지는 은행을 미리 털어내 은행 관련 민원을 원천봉쇄하려는 시도다.
이 같은 방법은 타 자치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구는 다음달부터 한달간 기동단을 운영해 은행 수거에 나선다. 서구도 다음달 4일부터 채취 기간을 두고 장대 등으로 은행을 떨어뜨릴 계획이다. 중구는 가지치기를 통해 사전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시 공원녹지 부서는 이같은 상황을 줄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 3억 8000만원을 투입해 암나무 4200여 그루를 수나무로 교체하고 있다.
자치구 한 담당자는 “매년 은행 민원이 늘어나고 있어서 올해는 사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며 “은행으로 인한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