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양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호흡기면역센터 교수 |
환절기에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교차에 의한 온도변화는 우리 몸의 신체 리듬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저항력을 떨어뜨려 감기, 비염, 폐렴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특히 밤사이에 차가워진 공기는 코와 목의 점막 방어기능을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쉽게 침범하게 함으로써 감기에 걸리게 한다.
감기는 각종 호흡기질환의 발생과 악화의 첫 단계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소아와 고령자는 예방에 주의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의 증가에 더불어 가을에는 각종 알레르기 항원이 증가하기 때문에 비염을 비롯한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이 늘어난다. 1년 중 알레르기 비염환자가 병원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때가 9월을 포함한 가을이다. 한의학에서는 가을의 기운을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표현하는데 염천(炎天)의 더운 기운이 사그라지면서 만물을 거두어들이고 숙연해지는 계절이라는 의미이다. 가을은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건조한 기운이 왕성해지는 시기다. 이러한 가을의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여름보다는 조금씩 일찍 잠자리에 들어 길어지는 밤의 길이에 맞추어 수면시간을 늘려 주고, 마음을 안정되고 편안하게 유지하면서 쓸쓸한 가을의 기분이 없게 함으로써 폐(肺)의 기운을 맑게 유지해야한다. 만일 폐의 기운을 상하게 되면 쉽게 감기에 걸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여름 무더위로 체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맞게 되는 환절기 변화는 우리 몸에 많은 부담을 가져온다. 특히 기온변화에 적응력이 낮은 어린이나 노인의 경우 감기에 이어 중이염이나 기관지염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감기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호전이 없다면 비염과 감별하여 치료하여야 하며 폐렴이나 결핵과 같은 심각한 질환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이신 분들은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다가 폐렴으로 발전해 건강에 큰 부담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와 같이 가벼운 호흡기증상이 나타날 때 감기라고만 생각하여 그냥 방치할 경우 또 다른 질환으로 키울 수 있어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가을철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는 무더웠던 여름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고 약해진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식생활에서도 영양소가 다양하게 함유된 제철 음식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올해 미세먼지 원인으로 오해를 받았던 고등어는 가을이 제철로 맛도 제일 좋을 때일 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또한 가을의 대표적인 과일인 배는 수분과 영양소가 풍부하며 열이 있는 기침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밖에 각종 비타민과 영양소가 함유된 대추, 감, 사과 등과 폐를 따뜻하게 해주고 보해주는 효능이 있는 호두나 잣과 같은 가을철 과일이나 견과류들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 양생 원리에 맞추어 충분하게 수면을 취하고 과로와 과격한 운동을 피하면서 쌓인 피로는 바로바로 풀어주며,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입고 벗기 편한 겉옷이나 머플러 등을 활용하여 체온을 잘 유지함으로써 환절기의 면역기능 저하를 막아준다면 가을철 호흡기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겨울철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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