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철 지난 순간들이 선착장에 머물고…

  • 문화
  • 여행/축제

[주말여행]철 지난 순간들이 선착장에 머물고…

  • 승인 2016-09-22 14:11
  • 신문게재 2016-09-23 9면
  • 박희준 기자박희준 기자
[주말여행]인천 차이나타운·송도·소래포구와 월미도


감정의 환승역을 찾아 지금의 나를 옮겨보는 길,
송도의 고층건물 너머로 사람들은 노를 젓고
사슴은 풀숲에서 뛰노는데 옛 정취 사라진 소래포구엔
네온사인만이 빛났다…
외로움을 견디고 난 자리, 변한 것은 나뿐이라고


지금 우리는 다른 곳에 있다. 너는 여전히 잘 뒤척이는지. 잠 못 자면서 뒤척이면서 천장 위를 혼자서 걷고 있는지. 뒤척이지 말아줘. 세상의 모든 밤들이 네게 몰려간다 해도, 몰려가서 너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해도, 너의 시간들이 모두 밤이라도 해도, 뒤척이지 말아줘. 뒤척이지 말아줘, 제발, 뒤척이진 말아줘.
- 박진성·강혁 「미완성 연인들」 중에서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다. 공간은 시선의 이동이며 감정의 환승역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늘 외로움에서 출발한다. 외로움을 견뎌야 비로소 나만의 공간이 열린다. 이번 인천 여행은 가져간 것보다 두고 온 것이 더 많았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났기에 더 많은 것이 보였다. 인천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육로는 물론 항구와 공항까지 갖추고 있으니 활짝 열려있는 곳이지만 아직도 22살의 나를 인천에 두고 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나보다. 인천버스터미널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였다. 사실 어디를 가도 변한 건 나뿐이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으러 떠나지만 결국 나는 나를 가둔다.

▲지금 아픈 사람=차이나타운에 처음 간 것은 20살 때였다. 마냥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봤던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거리를 걸었다. 거리 가득 중국을 표방했지만 중국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한국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다. 서로가 원조라고 우기는 바람에 등 떠밀려 들어간 곳이 공화춘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공화춘은 20세기초 개화기에 중국인들이 인천항을 통해 인천에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 한국 최초의 중화요리 전문점이다. 100여년간 지켜온 전통은 '진짜 원조'임에 틀림없었다. 한 그릇에 만원이나 하는 짜장면은 원조만이 낼 수 있는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송도센트럴파크로 이동했다.

송도는 인천의 신도시다. 신도시인만큼 건물들은 한 배에서 나온 형제같이 닮아있었다. 호텔이며 유려하게 뻗은 아파트들이 보기 좋게 나열돼있다. 계획적으로 세운 도시지만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자연을 담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카메라 렌즈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센트럴파크 중앙엔 사슴이 자란다. 걷기 좋게 강을 주위로 산책로가 나있다. 천천히 흘러가는 물처럼 떠가는 2인용 배들은 바쁜 일상을 강물에 다 버려둔 듯했다. 해가 질 때까지 주변을 서성였다. 송도는 밤이 되면 그 본연의 색이 더욱 짙어진다. 풀과 나무는 자취를 감추고 오롯이 아파트와 주변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들에 압도된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다. 사람들 발길이 뜸해질 무렵 바닷바람을 맞고 싶었다. 소래포구로 향하는 길, 아직은 외롭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별=소래포구는 1937년 개통되어 1995년 12월 폐선 될 때까지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서민들의 애환과 연인들의 추억을 실어 나르던 추억이 서린 작은 포구다. 현재 옛 정취를 자아내던 수인선 협궤철도는 철거되었지만 100여개의 횟집이 불야성을 이룬다. 횟집 테이블 위로 한상 가득 싱싱함이 올라오자 차가운 소주가 달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륙지방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생선회를 직접 골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잔잔한 바닷바람을 기대하고 왔지만 생각보다 많은 네온사인과 거리의 사람들이 소래포구라는 이름의 정서를 잊은듯해 아쉬움이 컸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취기가 올라 숙소로 향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자리를 피했는지도 모른다.

다음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22살의 나를 만나러 월미도로 향했다. 월미도는 인천과 떼어놓을 수 없는 대표적 관광지다. 월미도라는 이름은 섬의 생김새가 반달의 꼬리처럼 휘어져 있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놀이시설과 횟집 등이 즐비해 있다. 10년전 부모님 손잡고 놀러온 어린 꼬마였을 청년들이 아직도 천진난만한 웃음을 간직하고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추운 겨울이었다. 아마도 그때 놓고 온 22살의 나는 이곳 선착장에 버려져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때의 나를 끝내 찾을 수 없었지만 이번 인천 여행이 끝나면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긴 잠을 잘 것이다. 어쩌면 카페에 놓고 온 우산처럼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그때의 나를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가는길=둔산시외버스정류장이나 대전복합터미널에서 직행버스가 있다. 약 2시간정도 소요된다. 대전역에서 기차를 탄다면 검암역으로 가는 KTX열차가 한 번에 간다. 1시간 40분정도 소요된다. 인천 공항이 아닌 도시 여행을 원한다면 기차보다 버스가 낫다.

▲먹거리=저렴하게 회를 먹으려면 소래포구로 가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남동구 논현동 111번지 소래포구에는 100여 곳의 횟집이 성업 중이다. 횟감을 떠서 포구로 나가 돗자리를 깔고 먹어도 좋고 가게 앞 간이 테이블에서 소주한 잔 기울여도 좋다.

▲가볼만한 곳=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한효주가 출연한 영화 '뷰티 인 사이드' 촬영지인 '벨로(Volor)'로 가보자. 카페이면서 가구도 팔고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인천 부평구 백범로 578번길 52(십정동 247)에 위치해 있으며 일요일은 휴무다.

글·사진=박희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