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56)은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을 시작으로 탄동천을 따라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기관들을 연결되는 곳에 시민들의 공간이 만들어지길 꿈꾼다. 양 관장은 “국립중앙과학관이 가장 먼저 나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에서 유년기를 보낸 양 관장은 인터뷰 내내 대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어떻게 해야 과학관이 시민들의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고심했다. 양 관장의 고심이 앞으로 국립중앙과학관의 역할과 비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2년 동안 국립중앙과학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먼저 관장취임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평소 관심 많았던 일을 맡게 돼 의욕이 넘친다. 과학해설사 자격 제도가 생기자마자 1회 시험에 응시했고, 합격해 자격증도 취득했다. 개방직 공모를 준비하면서 관련 일을 부지런히 공부해 왔다. 현장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전국 권역별 과학관도 직접 찾아가보고 있다.
중앙과학관이 대전에 있는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대전은 내 고향이다. 그간 많이 발전했는데 구도심지를 벗어난 신도시형 발전이 주류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져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 있는 그런 도시가 됐으면 좀 더 좋을 뻔했다. 과거의 흔적에 스토리를 입히는 서울 서촌, 경리단 길, 이화동 벽화마을, 연남동 연트럴파크와 같은 '도시 재건형' 발전이 부족한게 아쉽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립중앙과학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먼저 역할을 이야기하자면, 국립중앙과학관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자양분이 되는 과학기술 대중화를 이룩하고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125개 과학관을 총괄하고 구심점 역할을 하는 맏형이다. 최근에는 과학관이 과학과 문화, 예술이 융합된 과학문화를 서비스하는 소통·체험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시, 교육, 행사를 통해 전국민이 국내 과학기술 발전상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미래를 짊어질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미래 인재, 과학 꿈나무를 키우는 일도 과학관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중앙과학관이 세계적인 명품 과학박물관으로 발전해 지구촌 사람 누구나 찾아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 중앙과학관을 한 번 찾은 사람은 다시 한 번 더 찾게 되는 과학관을 만들어 나가겠다.
-대전시가 진정한 '과학도시'가 되려면 국립중앙과학관의 역할도 클 것으로 보인다. 준비한 계획은 있는가.
▲중앙과학관부터 변화를 시도하겠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러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 중앙과학관을 시작으로 탄동천을 따라 대덕특구 소재 연구원과 기관들을 연결, 대덕특구 전체를 과학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시민들의 공간, 놀이터로 만들어 나가겠다.
중앙과학관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고, 탄동천을 따라 선이 변화되고, 대덕특구 전체가 변화해 생동감 넘치고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도록 주변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
이를 위해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박물관처럼 과학관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과학관을 밖에서 바라보면 주차장만 보여 외부와 격리된 것처럼 보인다. 또 주차장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전시관이 보여 접근성이 나쁘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고, 과학관 시설물, 전시물 등에 스토리텔링을 넣어 화제를 만들어나가겠다. 주차장 일부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휴식하고 젊은 예술가들이 버스킹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즉, 시민과 호흡하는 장소이자 주변 기관과 예술가들과 협력해 이 일대를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만들겠다.
-국립중앙과학관 운영에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무엇인가.
▲과학관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세계 유수의 과학박물관을 벤치마킹하고 직원 서비스교육을 강화해 놀이공원 수준의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겠다. 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 소프트웨어를 개혁해 중앙과학관을 최신 과학기술 전시와 스토리를 갖춘 곳으로 만들겠다. 주변 연구소, 대전시, 유성구청과 협력해 일대를 과학·문화·예술이 융합하고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고대그리스 과학기술특별전이 10월부터 약 4개월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국립중앙과학관은 코스타스 코사나스 고대 그리스 기술 박물관(Museum of Ancient Greek Technology Kostas Kotsanas)과 함께 현대과학의 근간이 되는 고대 그리스 과학기술 특별전을 개최한다.
특별전에서는 플라톤, 아르키메데스, 피타고라스 등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이끈 위대한 과학자들의 발명품을 전시해 현대과학기술의 기초가 된 놀라운 고대 그리스의 과학기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초 컴퓨터 격인 안티키테라 계산기계, 플라톤의 알람시계, 필론의 로봇 하인, 헤론의 에어로스피어 등 총 50여 점의 전시품과 20여 점의 체험물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고대 그리스 문명의 과학기술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과학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유익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전시는 국립중앙과학관 특설전시관에서 내년 1월 30일까지 개최되며 많은 관심과 관람 바란다.
▲ 양성광 관장(가운데)이 충남고 3학년 재학시절 만수원에서 친구들의 팔씨름 겨루기를 심판을 맡으며 즐기고 있는 모습. |
▲ 양성광 관장(왼쪽 끝)이 충남고 1학년 재학시절 야외 교련수업 후 친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쟁력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를 얼마나 잘 길러내느냐에 달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그동안 다양한 전시·교육·행사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과학기술이 가져올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이 뒷받침되고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지면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성과를 토대로 머지않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모두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을 당부드린다.
▲양성광 관장은=대전 출신으로 충남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화학공학과 학사, 서울대와 미국 퍼듀대에서 각각 화학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기술고시 21회에 수석 합격하고 과학기술처 원자력협력과를 시작으로 과학기술부 기초연구정책과장, 미래부 미래선도연구실장을 거쳤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직전에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역임한 '정통 기술관료'로 이름을 과학계에 알리고 있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 겸 경제과학부장
정리=최소망·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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