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利者, 義之和也(이자, 의지화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利者, 義之和也(이자, 의지화야)

  • 승인 2016-09-16 01:30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 이완순 소설가
▲ 이완순 소설가
우리를 절망케 하는 것은 거듭되는 곤경이 아니라 곤경을 당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국민이 입을 닫고 있기 때문에 사자방 비리(사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로 국가경제를 말아먹은 이명박은 떳떳하고, 취임 4년차 박근혜정부엔 부패관료가 들끓는다.

3년 연속 경상수지흑자가 계속되면 뭐하고, 국가신용등급이 두 단계 상승한들 희망을 가질 수가 있는가? 일자리가 늘지 않았고, 비정규직이 줄지 않아서 서민의 삶은 아직도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보수 정부는 기업만 바라본다. “추경하면서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한 유일호 부총리의 말에 박근혜 정부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근 5년간 근로소득세율이 49.5%나 급증했지만 법인세 증가율은 고작 0.3%에 그쳤다. 결국 이명박근혜 정부는 월급쟁이만 쥐어짰다는 말이다. 작년에 근로소득세 세수가 처음으로 200조원을 초과했고, 총 세수가 15.5% 증가했는데 소득세는 46.3%나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에 묻고 싶다. 서민에 대한 사랑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가? 경제상황이 이리 어려운데 왜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부자감세를 되돌려 놓지 않는가?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패사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사용량이 조금만 늘어도 요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정용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냉방기 가동을 쭈뼛거리는 서민의 고된 삶을 어찌 모르쇠 하는가?

감사원이 2013년에 “전력사용량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누진제는 불합리하다”며 누진제개편을 권고했는데도 누진제를 개편하면 저소득층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저급한 논리로 회피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가구당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라면 어리석기 짝이 없고, 도피하기 위한 꿍꿍이라면 파렴치함이 도를 넘는다.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이 1995년엔 156kwh였지만 2011년엔 240Kwh로 50%나 증가했으며, 원가이상의 요금을 적용받는 300Kwh 사용 가구비중이 30%를 넘는다. 또한 2010년 기준으로 100Kwh 이하 사용자의 대부분(94%)이 저소득층이 아니라 일반 1인 가구라는 것으로 조사돼 “저소득층에게 생활에 필요한 필수전기를 값싸게 공급한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여름철 누진제 한시적 완화정책으론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기업에게는 그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고, 사용량이 증가한 기업에게는 그 만큼의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아예 가정용 전기요금누진제를 없애야한다. 세계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산업용전력사용량이 55%인데 반해 가정용전력사용량은 고작 13%에 불과하므로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도 산업체를 다그쳐야한다. 가정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등 흥청망청 사용하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아무리 부패했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다. 국민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지키고 돌보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이다. 국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전기요금누진제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업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미적거리고,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대해선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정부가 원망스럽다.

인증서류를 조작한 제품에 대해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리콜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헌법 제35조에 보장된 국민의 환경권은 왜 있는 것인가?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 때에 불법 조작한 차량이 가스를 내뿜고 돌아다녀도 괜찮다는 말이니 참으로 참담하다. 폭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한 불법 조작차량이 31만대나 된다. 미국처럼 당장 환불을 요구하거나 교체명령을 내리면 되는 것을 너무 허술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니 폭스바겐이 미국과는 18조원에 상당하는 배상에 합의했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조작까지 부인한다.

국민들이 나서서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믿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권력 지향적이며 앞뒤 가리지 않고 돈 챙기기에 급급하다. 우리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으면 저들은 더 썩는다.

주역에 “이자, 의지화야(利者, 義之和也)”라 했다. 유아적 발상인 긍정주의에 매료돼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채찍을 휘둘러야한다. 정의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롭고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이완순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