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순 소설가 |
3년 연속 경상수지흑자가 계속되면 뭐하고, 국가신용등급이 두 단계 상승한들 희망을 가질 수가 있는가? 일자리가 늘지 않았고, 비정규직이 줄지 않아서 서민의 삶은 아직도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보수 정부는 기업만 바라본다. “추경하면서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한 유일호 부총리의 말에 박근혜 정부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근 5년간 근로소득세율이 49.5%나 급증했지만 법인세 증가율은 고작 0.3%에 그쳤다. 결국 이명박근혜 정부는 월급쟁이만 쥐어짰다는 말이다. 작년에 근로소득세 세수가 처음으로 200조원을 초과했고, 총 세수가 15.5% 증가했는데 소득세는 46.3%나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에 묻고 싶다. 서민에 대한 사랑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가? 경제상황이 이리 어려운데 왜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부자감세를 되돌려 놓지 않는가?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패사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사용량이 조금만 늘어도 요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정용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냉방기 가동을 쭈뼛거리는 서민의 고된 삶을 어찌 모르쇠 하는가?
감사원이 2013년에 “전력사용량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누진제는 불합리하다”며 누진제개편을 권고했는데도 누진제를 개편하면 저소득층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저급한 논리로 회피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가구당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라면 어리석기 짝이 없고, 도피하기 위한 꿍꿍이라면 파렴치함이 도를 넘는다.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이 1995년엔 156kwh였지만 2011년엔 240Kwh로 50%나 증가했으며, 원가이상의 요금을 적용받는 300Kwh 사용 가구비중이 30%를 넘는다. 또한 2010년 기준으로 100Kwh 이하 사용자의 대부분(94%)이 저소득층이 아니라 일반 1인 가구라는 것으로 조사돼 “저소득층에게 생활에 필요한 필수전기를 값싸게 공급한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여름철 누진제 한시적 완화정책으론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기업에게는 그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고, 사용량이 증가한 기업에게는 그 만큼의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아예 가정용 전기요금누진제를 없애야한다. 세계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산업용전력사용량이 55%인데 반해 가정용전력사용량은 고작 13%에 불과하므로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도 산업체를 다그쳐야한다. 가정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등 흥청망청 사용하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아무리 부패했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다. 국민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지키고 돌보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이다. 국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전기요금누진제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업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미적거리고,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대해선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정부가 원망스럽다.
인증서류를 조작한 제품에 대해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리콜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헌법 제35조에 보장된 국민의 환경권은 왜 있는 것인가?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 때에 불법 조작한 차량이 가스를 내뿜고 돌아다녀도 괜찮다는 말이니 참으로 참담하다. 폭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한 불법 조작차량이 31만대나 된다. 미국처럼 당장 환불을 요구하거나 교체명령을 내리면 되는 것을 너무 허술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니 폭스바겐이 미국과는 18조원에 상당하는 배상에 합의했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조작까지 부인한다.
국민들이 나서서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믿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권력 지향적이며 앞뒤 가리지 않고 돈 챙기기에 급급하다. 우리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으면 저들은 더 썩는다.
주역에 “이자, 의지화야(利者, 義之和也)”라 했다. 유아적 발상인 긍정주의에 매료돼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채찍을 휘둘러야한다. 정의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롭고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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