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환 IOREE 고문 |
화악산은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고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있고 위도(緯度)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이라고 한다. 가평에서 화악터널을 지나 강원도 쪽 터널 출구에서 임도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이 산에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서는 안개가 사라지고 파란하늘의 초가을 화창한 날씨가 되어 꽃 탐사에 아주 좋은 날씨가 되었다.
처음 눈에 뜨인 꽃은 자주색물봉선 꽃이었지만 산으로 오르는 길옆에 야생화가 널려 있다. 잎이 껄끄러운 까실쑥부쟁이, 옷이나 모자에 다는 방울장식 모양의 진분홍 꽃을 피우는 고려엉겅퀴(곤드래), 꽃이 배의 닻처럼 생겼다는 닻꽃, 주황색의 동자꽃 등을 만나며 오르다 보니 콘크리트포장도로가 나온다.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헬기장(?) 같은 광장이 있다. 광장에는 꿩의 비름, 마타리, 집신나물, 쇠서나물, 뚝갈 등 수 많은 야생화가 잡초와 함께 어울려 있다. 잡초가 많아 헬기장 이라기보다는 관리가 잘 안된 꽃밭 같은 느낌이다.
늘씬한 패션모델처럼 키가 훤칠한 마타리는 금싸라기 같이 반짝이는 노란 꽃들이 모여피어 있는 꽃송이가 강한 햇빛에 눈이 부시다. 마타리는 아주 흔한 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는 늦여름 꽃이다. 마타리와 서식지가 같고 꽃모양이나 잎과 뿌리도 비슷한 뚝갈이라는 꽃도 있다. 꽃이 흰색이고 열매에 날개가 달린 것이 마타리와 다르다. 마타리는 뚝갈에 비해 부드럽고 유연하여 여성에 비유되고 뚝갈은 잎이나 줄기가 억세고 거친 털이 있어 남성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타리와 뚝갈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특히 뿌리에서 나는 된장 썩는 냄새 때문에 패장(?)이란 이름으로 한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흙도 물기도 없어 보이는 큰 바위에 이끼처럼 붙어사는 다육식물인 바위채송화와 난쟁이바위솔꽃 앞에 사진을 찍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바위채송화는 학교나 집 화단에서 흔하게 보는 채송화와 줄기와 잎이 비슷하지만 꽃은 끝이 뾰족한 다섯 개의 노란꽃잎이 반짝이는 별처럼 보인다. 하얀 꽃잎에 속은 분홍색인 난쟁이바위솔꽃은 아주작고 앙증맞지만 잎은 채송화처럼 다육질이고 크기가 채송화보다 아주 작다.
화악산에서 꽃 중의 꽃은 금강초롱꽃이다. 꽃길이가 4cm 지름이 2cm정도의 둥근 원통형 꽃이다. 항아리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아래 끝 부분에서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땅을 향해 피는 꽃이다. 표면이 매끄럽지는 않아도 윤기가 나는 보랏빛 자주색인데 꽃 색깔이 위쪽은 진하고 아래쪽으로 가면서 점점 색이 엷어진다. 금강초롱꽃의 윤기와 색상은 화려함 보다는 고려자기처럼 고귀함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길 다란 줄기에 땅을 향해 매달려 있는 꽃모양은 어둠을 밝혀주는 천사의 등불처럼 신비로움을 느껴지기까지 한다. 일반 초롱꽃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 밥이 붙어 있고 잎에 털이 없으며 꽃에 윤기가 있는 것이 다르다.
한국특산식물이며 보호종으로 지정 되어있는 금강초롱꽃은 중북부 이북의 높은 고산지대의 반그늘 또는 양지쪽의 바위틈이나 계곡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다.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얻은 이름이고 학명은 'Hanabushya Asiatic Nakai'인데 한일합방 직전 우리 땅의 식물을 조사했던 일본인 나카이(Nakai)가 자신의 이름과 우리나라의 초대일본공사인 하나부사야(Hanabushya)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토종 자생식물들의 학명에도 일본 침략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깝다.
화악산은 해발 1468m나 되는 높고 큰 산이지만 땅이 기름지고 토양배수도 잘되는 땅이라 다양한 종류들의 야생화와 식물들이 많아서 산이라기보다는 꽃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흥미로운 산이다.
김천환 IOREE 고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