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은 가득이 심리상담센터 대표 |
첫 번째 만족을 주는 엄마는 중심적 자아를 형성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두 번째 좌절을 주는 엄마는 아이에게 공격성을 강화시킨다. 세 번째 흥분시키는 엄마는 아이의 욕구를 들어줄 듯 하다가 안 들어주는 흔히 골탕먹이는 약올리는 형태의 엄마다. 이 경우는 아이에게 흥분과 좌절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정신적 병리를 일으키게 한다. 건강한 자아형성으로 삶을 시작하느냐 자신의 밑바탕에 수치심으로 분노의 감정을 깔고 삶을 시작하느냐는 확연하게 살면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최초의 대상과의 관계형성 즉 엄마와의 접촉이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연인'은 1920년대 베트남을 배경으로 가난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는 10대 소녀와 부유한 중국인 30대 중반의 청년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다. 열다섯 반을 살아가는 또래에 비해 약간은 조숙하고 감수성이 깊은 소녀가 돈이 많은 중국인 청년에게 끌리게 된다. 소녀의 사랑은 힘든 환경을 벗어나고 싶은 심정과 성적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내용생략) 소녀가 프랑스로 떠나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청년은 선착장에 나와 차 안에서 소녀를 한없이 지켜본다. 소녀는 그를 발견하게 된다. 그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배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전율을 통해 결국 그를 사랑했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소녀가 자주 말했던 대사들의 단어이다. '가난, 수치심, 무서움, 공포, 돈' 소녀는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된다' 라는 것이 생활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영화를 통해 내면화된 수치심을 발견했다.
흔히 영아기 때 부모와의 관계 즉 부모의 냄새, 눈빛, 소리를 통해 감각을 익히고 성장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된 정체성을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을 8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단계는 생후 1년 사이에 경험하는 '신뢰감 대 불신감' 시기다. 이것은 세상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을 돌봐주는 부모로부터 얻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자율성 대 수치심'이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세상을 탐색하게 됨으로 충분히 경험하고 탐색하는 발달 과제다. 이 때 부모로부터 지나치게 통제를 받거나 야단을 많이 맞을 경우 수치심과 의심을 갖게 된다. 우리는 '나' 이전에 '우리'라는 관계를 통해 자신을 알게 된다.
건강한 수치심은 자신을 더 성장하게 만들지만, 해로운 수치심은 자신을 부정하게 만든다. 또한 정신적 질병을 일으키는데 핵심이 된다. 소녀의 환경적 배경을 볼 때, 죽은 아빠와의 관계, 치열하게 살아가는 엄마, 엄마에게 존재하는 부정적 아빠, 아편중독자 큰 오빠, 형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휩싸여 불안정한 정서를 지닌 둘째 오빠를 통해 가족의 역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수치심에 치약점은 '격노'라는 강력한 분노의 감정에 잘 중독된다 라는 사실이다. 격노란 쉽게 말하는 욱하는 성격이다. 아편중독이 심한 큰 오빠의 분노 감정을 통해 격노를 볼 수 있다. 소녀에겐 내재된 수치심이 마치 자신의 삶의 일상처럼 스며들어있다. 즉 수치심에 중독되어 있음을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존 브래드쇼 저서 수치심의 치유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치명적인 수치심은 지하실에 감금된 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마치 삼킬 기회만 엿보는 상어떼와 같다.'
알아차리는 의식화 과정에서 자각을 하게 된다. 자신 안의 수치심의 치유는 자신이 모든 감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자각하여 자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어쩌면 평생을 다해야 할지도 모른다. 움직이게 하는 자아 마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 스스로를 억압하기 보다는 좀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자신 안을 바라보고 심호흡을 통한 명상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 즉 부정적 내면과 통합할 수 있게 된다.
박경은 가득이 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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